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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의 혁명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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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과잉 소비 시대를 주도하던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이 가고 나눔과 물물교환을 통해 ‘협동 소비’를 하는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 오는가. 사진은 국내 벼룩시장에서 개인이 내놓은 재활용 물품의 풍경. [중앙포토]

위 제너레이션
레이첼 보츠먼·루 로저스 지음
이은진 옮김, 모멘텀
352쪽, 1만4000원

세상은 변한다. 그 변화의 흐름을 읽어낼 때 동원되는 주요한 분석 틀 중 하나가 ‘신인류’로 통칭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는 각 세대가 만들어가는 무늬를 포착하는 것이 지름길인 까닭이다. 책은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 체계의 혁명적 변화를 이끄는 신인류,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에 대한 이야기다. 브랜드가 주도하는 과잉 소비 시대에 익명의 개개인이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던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의 종말에 대한 분석이기도 하다.

 ‘우리’에 방점을 찍는 새로운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업과 공유다. 소비지상주의가 낳은 공허감과 인간적 유대의 부재에 목말라하던 이들은 소통을 바탕으로 나눔과 물물교환 등을 통해 ‘협동 소비’를 하는 경제 주체인 ‘위 제너레이션’으로 거듭난다고 했다.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펼치는 협동 소비의 세상은 어떤 면에서는 할아버지 세대의 마을과 비슷하다. 저자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교환 방식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보고 물건을 교환하고 돈독한 유대관계를 쌓던 옛 모습과 꼭 닮았다. 다만 규모가 훨씬 방대할 뿐이다. 기술이 옛날 방식의 신뢰 관계를 재개발한 셈이다”고 설명한다. 기술(디지털)의 진화가 아날로그적 삶을 되살려낸 것이다.

 협동 소비의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와 평판이다. 생판 모르는 남남이 물건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 기술까지 공유하려면 ‘믿음’이 필수다. 옆집의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도 알 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할아버지 세대의 대면 사회처럼 또다시 신뢰와 평판이 인간을 규정하는 잣대가 된 셈이다. 가지고 있는 것(돈)이 아닌 어떤 사람이냐(평판)가 구매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것은 익명의 섬처럼 동떨어져 지내던 개개인이 소속감과 인간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인 동시에 소비에 대한 근원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 ‘내 것’이던 물건과 지식, 경험이 ‘우리의 것’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사익과 공익이 공존하는 영역을 만들어 낸다. 이는 필요한 곳으로 자원을 재배치해 비효율과 환경오염 등을 줄이는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위 제너레이션’은 거창한 이념이나 희생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을 이끄는 동력은 ‘이익’이다. 저자는 “이들은 마더 테레사 세대도, 유토피아를 꿈꾸며 좋은 직장과 사치를 멀리하는 공상적 박애주의자도 아니며 기업이나 소비에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소비자일 뿐이다. 21세기 마지막 머니 코드가 ‘협업과 공유’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가올 세상에 대한 통찰과 지적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책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눈 밝은 독자라면 저자가 책의 곳곳에 소개한 각종 사례에서 사업 아이템도 건져낼 수 있을 듯하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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