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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에 육해공 요리 28접시’ 보고만 갈 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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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리장어센터의 신차녀 사장이 참나무 숯불에 구워 내는 장어구이의 별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라남도 강진 한정식은 전국적으로 알아준다. 제 고장에서 나는 농수축산물만으로도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어서다. 산과 바다, 기름진 평야가 든든한 밑반찬이다. 갈비·생선찌개와 구이·산채·젓갈류 등이 상다리가 휠 만큼 차려진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한 상에 채어육(菜魚肉), 즉 육해공군이 밑반찬과 요리로 28접시나 나온다. 돔배젓·토하젓 같은 토산 젓갈뿐만 아니라 깻잎 하나를 무쳐도 서울 맛과는 다른 접시가 되며, 생선회에 찌개는 철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고 썼다. 강진에서 나는 싱싱한 재료에, 주인 아주머니의 손 맛과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진 덕분이리라.

강진읍에 있는 명동식당(061-433-2147)은 유명 한정식집 가운데 한 곳이다. 이곳 상차림은 육회·갈비·삼합에 더덕·표고버섯구이, 조기·은어·바지락·꼬막·소라·개불·낚지·홍어·새우·회·토하젓 등 일일이 헤아리기도 벅찰 정도다. 청자 정식(4인 기준)은 10만~12만원. 이옥한(52·여) 사장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쌀만 쓰고, 채소·해산물 대부분도 강진에서 나는 것들이다”며 “30년 가까이 음식을 하다 보니 맛의 가늠이 있다”고 말했다.

큰 기와집과 잔디밭, 그리고 은은한 가야금의 선율이 반겨 주는 청자골종가집(061-433-1100) 같은 곳도 있다.

풍성하고 맛깔스럽기로 유명한 명동식당의 한정식 상차림.

강진의 한정식은 식당에 따라 4인 기준으로 8만∼12만원이다. 가격에 따라 메뉴가 조절된다. 비싼 건 한 사람당 3만원을 받지만, 남도의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요리를 감상하려면 한 번쯤 호사를 부려도 좋을 듯싶다.

백반도 나름의 감칠 맛이 있어 먹을 만하다. 한정식에 비해 소박한 차림이면서도 오랜 전통과 주인의 정성이 깃든 손맛으로 은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상(4인 기준)에 2만5000∼3만5000원이지만 10여 가지의 반찬이 오른다. 한정식 식단 중 값이 좀 비싼 한우와 해산물이 빠지고 상이 차려진다.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수인관(061-432-1024)은 연탄불고기 백반으로 유명하다. 50여 년 전부터 여관을 했던 곳으로, 돼지불고기를 시작한 지는 20년쯤 됐다. 음식을 청자로 된 식기에 담아 내오는 청자골식당도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굽는 요령이 좋아서 여름철이면 일부러 미식가들이 찾는 강진읍 내 목리장어센터(061-432-9292)는 남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어집이다. 대표 음식인 양념장어구이는 물론 이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장어젓갈은 흉내내기 어려울 만큼 각별한 맛이다. 시어머니 때부터 대를 이어 50년째 목리장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신차녀(47)씨는 “고추장을 집에서 담아 양념장을 만들고, 장어를 참나무 숯불에 직접 구워 내는 게 깊은 맛의 비결이다”고 말했다. 강진읍 내 서대감에서도 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다. 미리 주문하면 전북죽도 끓여 준다.

이재이 강진군 홍보팀장은 “강진에선 계절에 따라 별미를 맛 볼 수 있다”며 “도시민들이 청자축제와 함께 맛도 즐기면서 가족·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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