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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 종 달고 달리던 60년 전 전차 타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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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동아대학교가 6개월간의 복원작업을 거쳐 25일 부민캠퍼스 박물관에서 공개한 1927년산 전차를 시민들이 직접 타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땡땡~ 땡땡~” 부산에서 50∼60년대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전차의 출발소리다. 전차 뒷문에 있던 차장은 승객이 전차에 다 오르면 앞쪽 운전석의 종과 연결된 줄을 당겨 신호를 보냈다. 25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시민들에 공개된 전차에 매달린 종은 그대로였다. 운전사가 서거나 앉은 채로 조종하던 운전석과 나무의자도 옛모습대로 복원됐다. 크기는 길이 14m, 너비 2.8m, 높이 3m로 표면은 철재, 내부는 목재로 마감돼 있다. 내부엔 2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이 24개 있고 입석을 고려하면 100명까지 탈 수 있다. 좌우로 나있는 출입문은 미닫이문이었다.

복원된 전차의 객실 내부. 좌석이 나무로 마감돼 있다.

 일반인의 탑승체험은 동아대 부민캠퍼스 박물관에서 시승표를 받아 월~토요일 오후 3~4시 사이에 가능하다. 단체는 사전에 접수해야 한다. 전원이 연결되지 않아 움직이지는 않는다. 체험료는 무료다.

 동아대가 복원해 공개한 이 전차는 1952년 미국의 무상원조로 우리나라에 들여 온 것이다. 남선전기주식회사(한국전력의 전신)가 1968년까지 16년간 부산시내에서 운행하던 것이다. 미국 ‘신시내티 차량회사’가 1927년 제작해 애틀랜타에서 운행하다가 한국에 준 것이다. 이 전차는 운행이 중단되자 동아학숙 설립자인 정재환 박사가 학습용으로 기증받아 보관해왔다.

 동아대는 지난해 6개월간 복원작업을 거쳐 이날 공개한 것이다. 천장과 외부 철판, 전차 아래쪽에 부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강하고 당시 모습대로 칠을 새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전차는 3대다. 이번에 동아대가 공개한 전차만 미국산이고 나머지 2대는 일본제다. 일제 전차 2대는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서울과학관에 1대씩 복원돼 있다.

 표용수 부산시사편찬위원회 연구위원은 “부산은 광복 이후 해외동포 귀환과 피란민으로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전차가 중요한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복원된 전차는 이러한 향토사를 공부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라고 말했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부산의 전차 운행사=부산에서 전차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15년 11월 1일 부산우체국~동래 온천장 간 노선이었다. 처음엔 주로 일본인들이나 여행객들이 동래 온천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 뒤 1916년 대청동선(부산우체국∼보수동∼토성교), 1917년 광복동선(부산우체국∼시청∼충무동), 1928년 대신동선(보수동∼대신동) 등이 개통되면서 부산시민 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60년대 버스의 등장으로 시민이 외면하면서 1968년 5월 19일 마지막 운행을 끝으로 사라졌다. 1918년 전차삯은 부산역~동래 온천장 왕복이 50전. 40~50전 하던 날품팔이 하루 품삯과 비슷했으니 비싼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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