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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WTO 가입과 자동차 산업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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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가입, 늑대와 함께 춤을?

중국의 자동차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빠르면 올 상반기 내로 예상되는 중국의 WTO 가입을 앞두고 중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한마디로 "늑대다(狼來了)."이다. 특히 아직 유치산업에 불과한 자동차 산업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11월 15일 중국과 미국이 합의에 도달하고 이틀째 상하이(上海), 선전(深土川)의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관련 주가 최대 폭락을 기록한 것은 중국인의 이러한 우려를 그대로 대변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듯이 이제부터는 진짜 '늑대와 함께 춤을 추어야(與狼共舞)'할 시점이 된지도 모른다.

중국은 현재 80(3천cc 이하)~100%(3천cc 이상)에 이르는 완성차의 수입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2006년까지 25%로 조정할 것을 약속했다. 현행 25~60%인 부품의 수입관세율은 평균 10%로 인하해야 하며 자동차 수입 쿼터도 2005년까지 완전히 취소해야 한다.

앞으로는 외국의 비금융기관이 중국에서 자동차 구매자금 대출업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따라서 WTO 가입은 그동안 고관세와 엄격한 수입제한으로 보호됐던 중국 자동차 시장의 장벽이 일거에 무너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수입 자동차의 증가뿐만 아니라 기존 중국에 투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직접 부품을 수입하고 국내시장을 조립과 완성차의 판매 네트워크화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미 중국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해 10여년 동안 합자투자 등 준비를 해온 외국기업들은 이제 전국적인 판매망 및 A/S 망 건설 등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 갖추기에 본격 돌입할 것이다.

외국자본 도입으로 급성장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1956년 구소련의 원조로 건설된 長春第一汽車의 트럭 생산을 시초로 시작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자동차 산업의 시작은 1987년 8월 중국 國務院이 자동차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支柱産業)으로 지정하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중국정부는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기술 및 외자도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중국의 주력 자동차 공장이 대부분 해외업체와 합자 또는 기술제휴를 통해 자본과 기술을 도입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400여개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이 외국기업과 합자하고 있다. 그 중 각종 자동차(완성차) 생산기업은 50여개, 부품 생산기업은 240여개에 이른다. 기타 나머지는 서비스 및 관련 컨설팅류 기업이다.

자동차 산업에 외국기업이 투자한 자금은 22억달러(계약금액 26억달러)에 달하며 중국은 이들로부터 엔진, 변속기 등 핵심기술을 포함한 부품 기술 153개 항목 등 약 300여 종의 기술을 도입했다.

외국기업과의 합자를 통한 자동차 산업 육성정책은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물론 중국과 합자한 외국기업이 제공한 기술이 대부분 80년대 초기 수준으로서 국제적인 선진기술과 경쟁력을 언급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기술도입시 중국 자동차 산업이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으며 특히 승용차 공업은 거의 공백상태나 다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합자를 통한 기술도입 정책을 취한 것은 중국 승용차 공업을 단숨에 80년대 초기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 투자는 따라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을 트럭 등 상용차 위주에서 승용차 위주로 전환시키고 또한 그 수준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출발하도록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92년 새로운 '자동차 산업정책'을 발표하고 이제까지의 상용차 위주에서 승용차 육성으로 전략적 전환을 하고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상용차보다는 승용차 육성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생산 차종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3년 17.7%에서 99년 30.9%까지 상승했으며 동시에 생산기업도 대형화 추세로 나가고 있다. 이미 자동차 기업들이 7대 대집단을 중심으로 집중화·대형화 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第一汽車集團, 東風汽車集團, 上海汽車工業(集團)公司 등 3대 집단의 우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적극적인 외자 도입에 힘입어 90년대 들어 중국 자동차 산업은 연평균 23.7%의 속도로 증가했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1년 2.3%에서 98년 4.1%로 상승할 정도로 비약적 발전을 했다.

98년 말 현재 2,790만명이 자동차 산업 및 자동차 산업과 직접 관련 있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전국 도시 취업자수(98년말 2억678만명)의 13.5%에 해당하며 도시 취업자의 7명 중 1명이 자동차와 관련 있는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승용차 공업의 발전으로 고부가 박판 생산 등 철강산업과 유류산업, 선반 등 기계산업, 강화유리, 타이어 등 전반적인 연관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자동차 판매, 렌트, A/S 등 서비스 업종의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국가기계공업국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증가 50만대 당 1% 포인트의 GDP 성장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승용차 및 부품산업 타격 클듯

중국의 자동차 생산규모는 2000년 200만대 정도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규모면으로는 세계 10위권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수준은 외국의 설비와 기술을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자체적인 기술개발 능력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현재 전국에 자동차(완성차) 공장은 120여개가 있으며 부품 생산공장까지 포함하면 생산업체는 600여개에 달하고 있다. 합작투자한 외국기업도 20여개 국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생산규모를 갖춘 기업은 승용차, 승합차 트럭, 농업용 차량을 모두 합해 17개사(상하이, 선전 주식시장 상장회사, 한편 부품 업체는 20여개사가 상장)에 불과하며 연간 생산량 1천대 미만의 지방 군소업체가 80% 이상인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은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각 지방정부마다 완성차 공업을 육성해 지방경제 활성화를 기하자는 취지에서 무분별하게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승용차는 거의 전적으로 외국기술에 의존해서 발전해왔다. 자체 브랜드로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생산하는 모델은 長春第一汽車集團의 `'紅旗' 한 모델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국기업과의 합작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광저우(廣州) 혼다(本田)의 Accord, 상하이 GM의 Buick 등 몇 개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70~80년대의 구모델이다.

중국은 합자기업을 포함, 자국 조립생산제품을 모두 국산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가격 우세 하나만을 제외하면 품질, 성능, 디자인, 모델 등에서 외국제품과의 경쟁이 되지 못한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대형 승용차 등 고부가 제품이, 완성차보다는 부품산업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대형 승용차는 중국산이 WTO에 가입하더라도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는 있으나 품질, 디자인, 모델 개발능력, 안정성 등 대부분 외국 수입품에 비해 뒤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승용차 특히 고급차의 구입은 스타일과 편안함, 신분상징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동일 급의 차량이라면 수입차가 더욱 환영을 받을 것이다. 반면 배기량 1.3리터 이하의 경소형 승용차는 상황이 조금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이나 품질 디자인 등이 수입차에는 못미치겠지만 가격적인 우세와 수요증가로 중대형 승용차에 비해 그 충격을 자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완성차 및 부품의 관세 인하로 자동차 가격이 인하되고, 자동차 구입자금 전문 대출 등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면 자동차 구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구매인구 증가와 함께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 국내 소형 승용차의 발전 여지는 보다 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소형 승합차, 트럭, 농업용 차량 등은 그 영향의 정도가 승용차보다는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나 스타일을 추구하는 승용차와는 구입 목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차량은 승용차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고 자본·기술집약도가 떨어지는 품목이다.

또한 가격은 낮은 반면 실용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중국산 차량이 쉽게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자체 생산하는 경형 트럭과 일본 이쓰즈와 합자 생산하고 있는 江鈴, 포드와 합자생산하고 있는 全順車 등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부품산업이 받는 충격은 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국산화율 제고를 정책의 중점으로 하고 있고, 아울러 40%를 국산화율의 하한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승용차 산업이 외국기술에 의해 완성차를 조립하는 것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부품 부문은 매우 낙후돼 있다. 즉 중국의 부품산업은 산업의 집중도가 떨어지고(散), 소규모 생산업체가 난립해 있으며(亂), 기술수준이 낙후돼(差) 충격에 대한 적응이나 대항이 완성차 업체에 비해 훨씬 약할 것이다.

부품 생산기업은 대부분 국내 대형 자동차(완성차) 생산 기업에 OEM으로 납품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으나 WTO 가입 후 염가의 우수한 외국 부품이 대량으로 국내 진입하게 되면 그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중에서도 생산기술 수준과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류 부품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부품 수입 관세율이 10% 수준으로 낮아지면 품질이 우수한 외국 부품이 대량으로 수입될 것이며 특히 중국과 합자한 외국 투자기업들의 부품 수입이 보다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

WTO 가입은 중국의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M&A와 기업연합 등을 통한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이 속속 중국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자동차 산업도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 대형화를 추구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양산체제를 갖춤으로써 제품의 기술 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고 시장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도 자연히 산업 집중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기업간 합병, 협력 등 시장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돼 2005년경에는 국내 자동차사가 3~5개 집단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품산업 역시 외국 수입 부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M&A 등을 통한 기업규모 확대나 기업간 연합을 적극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과 합리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만이 앞으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생산차종의 변화도 예상된다. 최근 들어 WTO 가입에 대비하고 자동차 소비 확대를 위해서 배기량 1,300cc 이하의 경소형차 위주의 산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하이시는 올해 1인당 GDP가 4천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국민소득이 4천달러를 넘어서면서 급속한 자가용 시대로 진입한 일본과 한국의 예로 보아 경제가 발달한 상하이, 광저우, 베이징 등 주요 도시는 본격적인 자가용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이러한 잠재적 수요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에 부합하는 가격대의 차량 공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승용차는 시장개방 이후에도 외국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고 자가용 시장 주도 품목으로 절대적인 수요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어 경소형차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구매의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개인소득 증대와 사영(개인)기업이 급속 증가하면서 자동차 소비의 주력이 과거 정부나 국유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개인구매로 급속 전환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구매가 과거 80% 수준에 이르렀으나 최근 들어 개인 구매 및 렌트카용 구매가 주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1999년 총 승용차 판매량 57만대 중 공공부문용 차량, 개인 자가용, 렌트카 구입이 각각 3분의 1로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데 개인구매는 앞으로 더욱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중국정부도 향후 자동차 정책 목표를 개인구매 확대로 맞추고 자동차 구매대금 분할 납부와 구입자금 대출 확대, 전문 자동차 금융 융자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개인구매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소비를 제한하는 각종 정책과 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 자동차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합리한 비용의 폐지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자동차 가격 외에도 세금 명목의 징수가 3분의 1 이상이며 40%에 달하는 지방도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공공부문과 아무 관계가 없는 개인자동차에 대해 사회집단 구매 조절세(社會集團購買控制費)를 부과하는 곳도 있다.

상하이시는 외지 생산차량에는 고액의 면허세를 부과하고 있고 이는 각 지방으로 하여금 '이는 이로 갚는' 현상을 경쟁적으로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불합리한 제도 외에도 도로 보수유지세(養路費), 주행세(過路費, 過橋費) 등 자동차 소유자에게 부가되는 비용이 월 2천위안(240달러)에 이르고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동차 구매를 제약하는 정책적 요소를 과감이 조정해야 진정한 자동차 시장 성장과 산업 발전의 길이 열릴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자주적인 기술개발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기초기술 연구에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선진기술 도입시 국내 기술개발 능력 확대와 연계를 강화할 것이다. 특히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현재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안전 등이 지속적인 자동차 산업 전략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교통 기초시설, 교통관리, 환경 보호 등 필요한 정책조치를 취해 자동차 발전과 사회환경의 조화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연료세 징수를 통해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무연휘발유를 전면적으로 사용하며 도로건설과 시내 교통설비 건설 강화, 교통관리 수준을 제고해 교통 효율을 높이는 것 등이다.

이상에서 보듯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향후 5년간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WTO 가입과 함께 불어올 거센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시기이기 때문이다.

*본 정보는 한중경제교류중심 제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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