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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녀 함께 가볼 만한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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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나 부모와 자녀의 눈높이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전시회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부모의 취향만 고려하면 아이들은 금방 지루해하기 십상이다. 아이들 수준에 맞추면 부모들은 마땅히 볼 게 없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화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65)의 작품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가족이 함께 찾기에 적합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시회 소식을 모아봤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름답고 정교한 그림과 현실감있는 스토리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어질러 놓은 아빠와 두 아들이 모습을 돼지에 비유한 돼지책, 아이의 동심을 담은 꿈의 세계를 표현한 꿈꾸는 윌리 등은 어린이 그림책 중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전시회 ‘앤서니 브라운 동화책 속 세계여행’은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를 그림책 속 스토리에 맞췄다. 초등학생 자녀와 전시관을 찾을 김정란(38·서울 도봉구)씨는 “그림을 관람하며 아이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며 그림 속 주인공의 사연을 상상하다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관람이 한층 재미있어진다는 설명이다.

 도슨트들의 재미있는 설명도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앤서니 브라운 작품을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는 박준수(7·성남시분당구)군은 “그림 속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줘 이해가 잘 된다”고 말했다. 박군의 어머니 김소은(37)씨는“이번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부모와 자녀가 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앤서니 브라운 동화책 속 세계 여행’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그림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촬영도 할 수 있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아트버스의 김원영 디자이너는 “작품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눈으로만 보는 전시와 달리 그림을 만지고 느끼고 따라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들이 마련돼 있어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크라운해태제과와 함께 하는 미술과 놀이-움직이는 미술전’을 열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미술과 놀이’ 전시는 다양한 유머와 아이디어가 결합된 작품을 통해, 현대 미술을 놀이하듯 즐길 수 있게 기획된 전시체험전이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작품의 총칭인 ‘키네틱 아트(Knetic Art)’를 통한 ‘움직이는 미술’이다. ‘풀벌레’ ‘CATch me if you can’ 등 전시된 60여 점의 미술 작품들은 김석훈·박선기·이용덕·최문석 등 14명의 현대 미술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작품이 미세하게 달라보이는 시각적 착시 현상, 동력으로 움직이는 배, 맛있는 향기가 나는 비누 방울 등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작품을 감상하며 미술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도 발견할 수 있어 재미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현대 미술을 쉽게 감상할 수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의 호응도 높다. 키네틱 아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코너도 인기가 높다. 지렛대 원리, 에너지 보존 법칙 등 과학 원리를 익힌 뒤 ‘나만의 미술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서울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마련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주목할만 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 후기 한양에 살았던 중인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우대중인전’을 연다. 겸재정선기념관에서는 ‘다시보는 서울 풍경전’을 열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겸재 정선의 작품 30점을 전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선 ‘여름방학기획전’을 열려 현대미술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설명]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꿈꾸는 윌리에 담긴 그림의 한 장면을 따라 그려보고 있는 관람객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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