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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미술관 건립, 이우환 이름 왜 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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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우환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만남미술관.’

 대구시가 추진 중인 이우환미술관의 명칭(가칭)이 계속 바뀌고 있다. 재일(在日) 현대미술가인 이우환(75·사진) 화백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명칭뿐 아니다. 건축비의 규모나 작품 확보 방안도 수년째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술관 건립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자 이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가 이우환미술관 건립에 나선 것은 2009년 8월이다. 세계적 작가인 이우환의 작품을 전시해 대구를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설계도 세계적 건축가인 일본의 안도 다다오(70)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 6일에는 이 화백과 안도가 대구를 방문해 미술관 건립 후보지인 옛 두류정수장 터와 두류공원 성당못 옆 부지를 둘러봤다.

 시가 구상하는 미술관은 2만∼3만30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6600㎡) 규모다. 다음 달까지 부지를 정하고 2014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건축비만 2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대구시 김대권 문화예술과장은 “1970년대부터 대구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등 지역과 인연이 많은 작가”라고 말했다.

 미술관 건립이 속도를 내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명칭이 도마에 올랐다. ‘만남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해서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갈 경우 개인 미술관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 화백이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술계는 “‘이우환’이란 이름이 들어가지 않으면 주목 받기 어렵다. 그건 일반 미술관을 하나 더 짓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 화백의 기증 작품 수가 예상보다 적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 화백의 작품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시는 부지 선정을 앞둔 지금까지 윤곽조차 못 잡고 있다. 여론도 싸늘하다. 지난 5월 개관한 대구미술관의 운영도 어려운 마당에 새 미술관을 짓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민자로 건립된 대구미술관은 연간 44억원씩 20년간 투자비를 갚아야 한다.

 김 과장은 “부산에서도 이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며 “대구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말까지 이 화백과 작품 기증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시민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수 맥향화랑 대표는 “면밀한 검토 없이 미술관을 만들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며 “공청회를 열어 미술관의 성격과 작품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제대로 추진하든지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이우환미술관 건립 추진 일지

▶ 2009년 8월 김범일 시장-이우환 화백 미술관 건립 협의

11월 이 화백, 시에 건립의향서

▶ 2010년 1월 대구시 공무원 이 화백 만나 미술관 후보지 논의

11월 대구시-이 화백

미술관 건립 양해각서 체결

▶ 2011년 2월 김범일 시장-이 화백

건립 방안 협의

7월 건축가 안도 다다오

후보지 답사 차 입국

8월 미술관 후보지 결정

9월 미술관건립추진위 구성

▶ 2013년 초 미술관 공사 착공

▶ 2014년 말 미술관 개관

◆이우환=경남 함안 출신의 현대미술가. 서울대 미대 중퇴 후 일본 니혼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1960∼70년대 일본 미술운동인 ‘모노하’(物派·물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인위적인 요소를 가감하지 않은 나무·돌·철 등으로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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