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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건물 리모델링 중 붕괴 … 2명 매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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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1일 새벽 서울 강동구 천호동 상가 건물 붕괴 현장에서 의료진이 생존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몰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매몰된 인부 2명 중 1명은 생존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3시42분 서울 천호동 집창촌(일명 ‘천호동 텍사스’) 근처 3층 건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인부 2명이 매몰됐다. 이들 인부 중 1층에서 맨홀 공사를 하던 이형철(58)씨는 사고 4시간 만에 하반신이 건물 잔해에 묻힌 채로 발견됐다. 이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밤새 구조작업이 이어졌다. 다른 매몰 인부 김모(45)씨는 실종 상태로, 소방 당국이 음파탐지기 등의 장비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매몰자 2명을 제외하고 사고 당시 건물 안에 있던 11명의 인부도 경상을 입었다. 건물 한쪽에서 작업 중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빠져나와 부상이 크지 않았다. 건물 앞을 지나던 행인 6명이 유리 파편 등에 상처를 입어 부상자는 모두 17명에 달했다.

 붕괴된 건물은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리모델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동구청은 “간단한 리모델링일 경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사고 현장을 조사해보니 기둥과 천장 슬래브까지 건드린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였다”며 “불법으로 확인되면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부상을 당한 나석중(41)씨는 “쇼핑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건물에서 인부 5~6명이 급하게 뛰어나왔다”며 “그 순간 크게 ‘펑’ 하는 소리가 나며 모래바람이 나를 덮쳤다”고 말했다. 나씨에 따르면 모래바람은 근처 사람들이 1m 이상 날아갈 만큼 강력했다. 강동소방서 측은 “조사 결과 건물 3층 바닥이 무너지며 1, 2층이 차례로 내려앉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붕괴 원인은 리모델링 공사 중 기둥 부위를 잘못 건드렸거나 노후에 의한 자연 붕괴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된 건물은 1966년에 지어진 4층 건물과 70년 완공된 3층 건물이 옆으로 붙어 있는 형태다. 이 중 70년에 지어진 3층 건물 491㎡이 무너졌다.

 강동소방서는 “현재 250명의 인력을 동원해 매몰된 인부를 구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건물 입구가 좁고 추가 붕괴도 우려돼 작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는 인근 건물을 덮쳤다. 이에 따라 건물 옆에 위치한 1층 할인마트의 벽이 무너지며 상품진열대가 주저앉는 사고도 동시에 발생했다. 30년 이상 이 지역에 거주한 한모(45)씨는 “여기 건물들이 워낙 노후해 언젠가 이런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글=남형석 기자·현혜란 인턴기자(연세대 영어영문학)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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