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8조 돌파 … 매월 일정액 넣는 적립식 투자가 적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제2막이 열렸다. 18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TIGER S&P500선물(H)’ 등 5개 종목이 새로 상장되면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수가 100개를 넘어선 것이다. ETF 시장의 성장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18일 현재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8조479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6조578억원)에 비하면 반년 새 2조4219억원(40%) 늘었다.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해 1100억원에서 현재 2239억원으로 갑절로 커졌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TF의 가장 큰 매력은 펀드와 주식의 성격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이다. 소액으로 분산투자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펀드),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홈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주식). 그러면서 펀드의 단점은 많이 털어냈다. 2~3개월이 지나야 투자 종목이 공개되는 보통의 펀드와 달리 ETF는 현재 어떤 종목에 투자되는지 매일 확인할 수 있다. 중도환매수수료도 따로 떼지 않는다. 수지만 맞는다면 오늘 사서 내일 팔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평균 수수료율도 일반 주식형 펀드나 인덱스 펀드보다 저렴하다. 보통 연 0.5% 이내다. 최근엔 최저 연 0.15%를 받기도 한다.

 개미투자자는 쌈짓돈을 가지고 ETF를 통해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다. 가령 한 주당 가격이 80만원을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TIGER 반도체’나 ‘KODEX 삼성그룹’ 등의 ETF 종목을 사면 삼성전자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개별 종목 하나가 아닌 업종 전체에 투자해 분산투자의 장점을 살릴 수도 있다. ‘KODEX 자동차’ ‘KODEX 철강’ ‘KOSEF IT’ 등이 그 예다.

 국내 ETF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성숙기에 접어든 건 아니다. “이제 갓 100일을 맞은 아이처럼 성장의 초입 단계”(김석 삼성자산운용 사장)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문경석 KB자산운용 이사는 “주식시장이 점점 더 성숙해질수록 개별 종목에서 성과를 내는 건 어려워지고, 그럴 경우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다” 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추천하는 올바른 ETF 투자법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게 ‘핵심-위성 전략(Core-Satellite Strategy)’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ETF는 기본적으로 핵심-위성 전략을 쓰는 게 좋다”며 “수익률이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는 ‘KODEX 200’ 같은 지수형 상품이나 우량주를 중심으로 하고, 섹터(업종) 상품을 위성으로 두면 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 위주로 투자하되 ‘KODEX 자동차’처럼 업종별 시황을 분석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에 보조적으로 투자하란 얘기다. 선진국에선 핵심과 위성의 비율이 ‘80대 20’ 정도인 게 보통이다.

 적립식 펀드처럼 매월 일정액을 ETF에 투자하는 것도 전문가가 권하는 전략이다. 전균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ETF는 결국 주식시장을 따라가는 것이라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되기 마련”이라며 “적립식 펀드처럼 매월 일정 금액을 사들이면 (변동성 위험을 줄여주는) 적립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더 싸게 내면서도 적립식 펀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급 수준을 넘어서는 투자자에겐 고수익을 기대하는 ETF와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를 동시에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주가가 내릴 때는 손실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다.

 적은 돈으로 화끈한 수익을 올리고 싶은 투자자는 실제 주가지수의 움직임보다 두 배로 오르내리는 레버리지 ETF에 도전할 수도 있다. ‘KStar 레버리지’ ‘TIGER 레버리지’ 등이 이런 종류의 상품인데 하루 평균 거래량이 600만 주를 넘어 가장 인기 있는 ETF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에 초보자가 함부로 손댔다가는 큰코다친다”고 입을 모은다. 오를 때 이익이 두 배지만 내릴 때 손실도 두 배로 커지기 때문이다.

허진 기자

절반이 하루 거래량 1만주 미만
1000주 미만 ‘좀비 ETF’도 6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종목별 거래량 편차가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이 1만 주가 넘지 않은 종목은 95개 중 50개로 절반이 넘었다. 특히 하루에 1000주도 거래되지 않는 종목은 6개나 됐다. 사실상 거래가 중단된 ‘좀비 ETF’인 셈이다.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이런 종목을 샀다간 팔지도 못한 채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이호상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운용사들은 외형 위주의 경쟁을 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 이후 질적 성장을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중복 과세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7월부터 국내 주식형 ETF를 제외한 나머지 ETF를 환매할 때엔 매매차익의 15.4%가 배당소득세로 매겨진다. 국내 주식형 ETF에는 내년부터 주식처럼 증권거래세 0.1%가 부과될 예정이다. 문제는 펀드와 주식이 혼합된 ETF의 특성상 일부 상품은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ETF 시장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소득세를 도입해 ETF 과세체계를 일원화하자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김경학 거래소 상품개발팀장은 “재정부도 중복 과세 문제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올해 세제개편 때 이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