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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K-POP 아이돌 대거 등장, 새 단계 진입한 한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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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호 05면

‘한류’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한다 싶지만 도리가 없다. 요즘 일본 TV에는 “한국 말고는 소재가 없나?” 싶을 정도로 한국 이야기만 줄기차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요리 프로를 틀면 요즘 ‘한국 냉면’이 여름 메뉴로 각광받는다는 이야기다. 여행 프로를 보니 최근 일본 지방 아주머니들 사이에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 당일여행이 인기란다. 가요프로그램들은 아예 ‘K-POP’ 코너를 만들어, 프로그램의 3분의 1 이상을 한국가요 소개에 할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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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례 없는 한류열풍’ 속에서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은 모르는 K-POP 아이돌’의 대거 등장이다. ‘일본발(發) K-POP 아이돌’을 내세운 이들은 애초부터 일본에서의 활동을 목표로 한국 기획사와 일본 기획사가 함께 손을 잡고 만든 그룹들이다. 신오쿠보의 전용공연장에서 정기공연을 열어 유명해진 ‘키노(KINO)’가 원조격인데, 최근 강력한 라이벌 그룹이 등장했다. 바로 ‘평균키 185㎝, 평균나이 19.6세’를 내세운 21인조 한국인 아이돌 그룹 ‘에이피스(Apeace·사진)’다. 이들은 지난 5월 말부터 도쿄 에비스에 있는 K-POP 전용극장 ‘케이 시어터 도쿄’에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이제 막 데뷔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한류 팬들로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한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데뷔는 했지만 주로 일본에서만 활동, 한국보다 일본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그룹도 많다. 요즘 일본 버라이어티 단골 출연진인 ‘대국남아(大國男兒)’ 등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에는 ‘무한남자(無限男子)’라는 3인조 한국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다기에, ‘거참 이름도 대충 지었네’라며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알고 보니 이들은 일본 NHK에서 방송된 ‘슈쿠죠(祝女)’라는 드라마에 인기 한류 아이돌 그룹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들이 아예 음반을 발표하며 데뷔한 팀이었다. 멤버는 2명이 한국인, 1명은 일본인 배우인데 ‘K-POP 아이돌’이 아니라 ‘한국 아이돌인 척하는 아이돌’인 셈이다.
한국인은 잘 모르는 한국 아이돌의 등장은, 현재 ‘한국’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화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한국’ 브랜드의 인기와 함께 일본에서는 ‘한국 일반인 남자들’까지 덩달아 주가가 마구 상승 중이다. 인기 여성잡지에 ‘한국 남자와 사귀는 법’이 특집으로 게재됐다더니, 실제 주변 남자 유학생들이 증언한다.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일본 여자들이 자꾸 말을 걸어와요.” ‘한국 남자’에 눈을 반짝이는 소녀들에게, “얘들아 정신차리렴. 일본 남자가 모두 기무라 다쿠야나 무카이 오사무는 아니잖니”라며 환상을 깨주려다 그냥 ‘윈-윈 전략’을 써보기로 한다. 일본 남자들에게 묻는다. “요즘 ‘소녀시대’, ‘카라’가 엄청 인기던데 한국 여자에 대한 이미지는 어때?” “음 한국여자들, 멋있기는 한데 너무 크고, 조금 무서워요.” 이런 초식남들 같으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우리가 큰 게 아니라 너희가 작은 거라니까!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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