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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인간의 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7호 02면

버스를 타고 톈산산맥으로 올라가는 길은 충격이었습니다. 한아름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었습니다. 한두 그루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들도 성할 리 없습니다. 이런 돌풍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낑낑대며 기중기로 나무를 하나씩 들어올립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그런 참상은 계속 보였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산등성이마다 마치 거인이 두툼한 손으로 스윽 밀어버린 것처럼,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들이 젓가락처럼 누워 있었습니다. 문득 곤돌라를 지탱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은 괜찮은지 궁금해졌습니다. 한 번의 출렁임도 없이 잘 올라갑니다. 단단히 박아놓았나 봅니다. 다행입니다. 자연이 엄청난 심술을 부려도 그걸 견뎌내는 것 또한 인간입니다.

하늘과 훨씬 가까워진 고지. 만년설을 머리에 인 산 정상을 보면서 크게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런 제 뒤로 한 젊은이가 자전거를 끌고 지나갑니다. 경사가 45도는 족히 넘을 듯한 가파른 산등성이에서 쐬액 자전거를 타고 내려갑니다. 어느새 콩알만 해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사용되는 곳이랍니다.

이 높은 곳까지 곤돌라를 타고 편히 올라오고, 자전거나 스키를 타고 쉽게 내려갑니다. 자연이 심술을 내지 않을 때만 그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은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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