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 '제2민방'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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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방송(iTV)이 경기 남부지역 '진입' 에 성공하면서 잔칫집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난주말 정부로부터 성남.용인.광주 등 경기 남부 15개 시.군에 VHF채널 4번으로 방송 확대 승인을 받은 인천방송은 이름도 '경인방송' 으로 바꿔 경기 지역을 아우르는 방송임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이번 권역확대로 가시청 인구가 1백70만 가구에서 3백20만 가구로 뛸 전망이어서 6백5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해소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다른 방송사의 시각은 곱지않다. 특히 서울 지역 민방인 SBS의 입은 부을 대로 부었다.

SBS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인천방송 권역확대는 사실상 제2의 민영방송 허용으로, 90년대초 서울방송이 허가될 당시 '1 권역 1 방송사'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 이라고 강력히 반대했다. SBS는 "꼭 허가해 줘야 한다면 하나밖에 남지 않은 VHF 4번 대신 디지털 방송용으로 준비된 UHF 60번대 채널을 주라" 는 타협안도 제시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요즘 SBS 일각에서는 "총선 직전에 경기 남부를 인천방송에 떼어준 것은 이 지역의 표를 노린 무리수로, 나중에 청문회 대상" 이란 정치적 해석까지 나오고있다.

SBS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이제 경기 남부에 입성했으니 다음 단계는 광고료를 SBS와 같은 수준으로 올려 달라는 것일 것" 이라는 걱정에서 드러나듯 인천방송이 SBS의 광고수입원을 잠식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시청자 입장에서는 볼 기회 확대란 점에서 나쁠 게 없을 것 같다. 이 점은 SBS 관계자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다. 때맞춰 인천방송은 13일 "인천과 경기도민 모두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만큼 이에 걸맞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런 다짐은 사실상 '수도권 방송4사' 체제가 되면서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와도 맞물려있다.

"인천방송과 기존 방송사가 서로 시청자를 끌기 위해 목숨 걸고 선정.자극적인 프로방송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는 SBS관계자의 말은' 비록 자사의 이해관계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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