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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25> 클래식 음악의 5대 장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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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클래식 음악회장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안내 책자를 나눠주지만 처음 온 사람에겐 암호일 뿐입니다. 곡 설명부터 그렇습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고, 유럽의 각종 언어와 숫자가 어지러이 섞여 있죠. 그 간략한 지도를 그려드리겠습니다. ‘소나타’ ‘심포니’ ‘협주곡’ ‘푸가’ ‘오라토리오’ 등 클래식 음악의 5대 장르의 기원, 발전 과정, 형식의 특징을 알려드립니다. 장르의 규칙이 눈에 보이면 음악의 가치가 들리게 됩니다. 콘서트홀이 조금은 편안해질 겁니다.

김호정 기자

베토벤의 마지막 심포니 9번 ‘합창’ 4악장의 공연장면. 오케스트라에 합창단과 네 명의 독창자를 더해 거대한 편성을 만들었다. 사진은 2009년 12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정명훈. 매년 말 ‘합창’ 공연을 열고 있다.



소나타(Sonata)

●어원

소나레(sonare). ‘악기를 연주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형식

‘소나타는 소나타 형식과 다르다. 1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된 음악을 소나타라 부른다.’ 수많은 음악대학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배우는 구절이다. 언뜻 보기엔 당연하지만, 사실은 클래식 음악 형식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교향곡·현악4중주·서곡 같은 음악 또한 소나타 형식에 기초해 작곡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수한 클래식 작품을 구성하는 소나타 형식은 17세기를 전후해 이탈리아에서 발전했다. 첫 번째 주제, 그리고 5도 위의 딸림조에서 두 번째 주제가 나오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 이 두 주제가 얽히고 변형된 전개부가 이어지고, 다시 첫 번째 주제로 돌아가는 재현부가 나온다. 기승전결이 자연스레 갖춰지도록 하는 형식이다.

이 같은 안정적인 형식은 이성과 원칙을 중요시했던 18세기 고전주의 작곡가들이 특히 좋아했다. 이 시기부터는 독일권 작곡가들이 이탈리아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오스트리아 ‘빈 삼총사’는 소나타의 전성기를 꽃피웠다. 이탈리아에서 이 형식이 시작될 땐 현악기를 위한 소나타가 주로 쓰였지만, 독일권에선 건반악기가 주인공이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를 각각 62·18·32곡 남겼다.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했던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겐 소나타의 인기가 예전만 못했다. 19세기의 스타 작곡가 리스트는 피아노 소나타라 이름 붙인 작품을 단 한 곡 남겼을 뿐이다.

●주요 작품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모차르트 소나타 11번 ‘터키 행진곡’,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3번

모차르트가 5세에 쓴 생애 첫 작품(KV1)의 친필 악보. 짧은 피아노 소나타 형식이다.

 
심포니(Symphony·교향곡)

●어원

심포니아(symphonia). ‘동시에 울리는 음’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식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두 개 이상의 악장으로 돼 있으며 추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소나타 형식에 기초해 작곡된다. 교향곡이 확립되던 18세기의 전통이다. 이는 물론 이후에 깨졌다. 한 악장으로 된 교향곡, 또 특정한 스토리를 설명하는 ‘표제음악’이 19세기 이후 등장했다.

요즘 심포니는 음악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장르다. 대규모의 무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교향곡은 음악회의 메인 프로그램, 즉 오페라나 실내악에 앞서 연주되던 서곡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소규모의 현악 앙상블에 저음 악기로 구성된 간단한 편성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만하임 학파가 18세기 시작되면서 교향곡의 규모가 커졌다. 여러 대의 관악기와 팀파니 등 장대한 소리를 위한 악기들이 추가됐다.

베토벤은 성악가들과 합창단을 더해 교향곡의 개념을 깼다. 베토벤은 3악장으로 작곡되던 방식도 바꿨다. 3악장을 미뉴에트나 트리오 형식의 간략한 악장으로 바꾸고, 한 악장을 추가해 4악장 형식을 보편화했다.

교향곡의 발전은 계속됐다.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는 민속 선율을 사용하면서 교향곡의 소재를 다양화했다. 베를리오즈·리스트·바그너는 교향곡에 제목을 붙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면서 ‘추상적’이라는 교향곡의 조건을 바꿨다. 특히 리스트는 교향곡 대신 ‘교향시’라는 이름을 붙여서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했다.

●주요 작품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말러 ‘천인’ 교향곡

 

콘체르토(Concerto·협주곡)

●어원

콘케르타레(concertare). ‘경쟁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형식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한 명의 협연이다. 그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모두 6번까지 있는데, 1번은 ‘바이올린1+오보에 3+호른 2’가 독주 ‘그룹’으로 참여한다. 협주곡 2번은 바이올린·오보에·트럼펫이 각 한 대씩 독주 그룹을 이룬다. 6번까지의 독주 ‘그룹’은 종류와 크기 모두 다양하다.

이처럼 협주곡의 역사는 복잡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같은 ‘합주 협주곡’, 그리고 차이콥스키 협주곡과 같은 ‘독주 협주곡’으로 나눌 수 있다. 바흐의 바로크 시대까지는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형식이 있었지만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고전시대부터는 ‘오케스트라+독주자1’이 협주곡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협주곡은 주로 3악장이며, 독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1악장에선 독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카덴차(cadenza)’ 부분이다. 여기에선 오케스트라가 잠시 쉬고, 독주자가 기량을 펼친다. 대부분 느리게 진행되는 2악장을 지나면 다시 빠른 악장인 3악장이 시작된다.

협주곡 역시 음악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다. 헝가리 작곡가 바르토크는 1943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란 작품을 내놨다. 독주자가 따로 없고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가 독주자 혹은 작은 앙상블처럼 연주한다. 쉽게 말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기량 과시가 이 작품의 골격이다. 또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Op.43, 쇼숑의 ‘시곡’ Op.25 등 협주곡 형식을 하고 있지만 협주곡이란 제목이 붙지 않은 작품도 낭만시대 이후 많이 나왔다.

●주요 작품

비발디 ‘사계’, 모차르트 세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Op.25,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Op.104

 
푸가(Fuga)

●어원

푸게레(fugere) 혹은 푸가레(fugare). 각각 ‘도망가다’ ‘쫓아가다’라는 뜻의 라틴어.

●형식

쉬운 말로 돌림노래다. 대신 주제 선율과 이후 나오는 ‘쫓아오는 선율’이 변형된다는 점이 다르다. 조성을 바꾸거나, 주제를 뒤에서부터 거꾸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두 개의 선율이 연주하면 2성 푸가라 부른다. 최대 6성 푸가까지 볼 수 있다. 여러 성부가 서로 교차하거나 번갈아 가며 주제를 이끌고 변형하면서 짜임새 있는 건축물과 같은 음악이 나온다. 수학에 가까우며 조직적인 형식이라 볼 수 있다.

푸가 형식을 집대성한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의 J S 바흐다. 그는 건반악기의 발전을 기념하면서 총 48곡의 푸가를 작곡했다. 여기에 각 푸가마다 전주곡을 짝으로 넣은 것이 ‘평균율’ 1, 2권이다.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린다. 특히 그의 마지막 작품인 ‘푸가의 기법’은 단순한 주제를 놓고 각종 기법을 동원해 18종류로 발전시킨, 일종의 실험이다. 푸가 형식에 대한 바흐의 찬미에 가깝다.

규칙적이고 엄숙한 형식의 푸가는 바로크 시대에 꽃을 피웠지만 고전시대 작곡가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모차르트는 주피터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 푸가를 써서 형식미를 노렸다. 베토벤은 주로 말년의 작품에서 푸가를 사용했다. 장대하고 무겁기로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함머클라비어’, 마지막에서 두 번째 피아노 소나타인 31번 마지막 악장을 푸가 형식으로 썼다.

●주요 작품

바흐 평균율 1·2권, 모차르트 레퀴엠 중 ‘키리에’, 바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악장

 
오라토리오(Oratorio)

●어원

오라토리(oratory), ‘예배당’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형식

종교적인 내용을 노래하는 성악곡. 연기하지 않는 종교 오페라라 생각하면 쉽다. 드라마는 있지만 의상, 무대장치가 없고 성악가의 연기도 없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몇 명의 독창자가 나온다. 성경의 내용, 성인의 삶 등을 주로 주제로 삼았다.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화자가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장 성행했던 시기는 17~18세기다. 세속적인 오페라와 짝을 이루며 발전했다. 대부분의 훌륭한 오페라 작곡가는 오라토리오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이 시기에는 주로 이탈리아에서 좋은 오라토리오가 많이 나왔고, 이후 독일·영국에서 발전한다. 독일 태생이지만 유럽 각국을 무대로 활동한 ‘국제 스타’ 헨델은 런던에서 오라토리오를 확립했다. 그가 1742년 작곡한 ‘메시아’는 현재 가장 유명한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이탈리아·라틴어로만 쓰이던 오라토리오에 영어 버전을 추가한 이도 헨델이다. 멘델스존·리스트 등도 이 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19세기 이후에는 반드시 종교적인 소재를 쓰지 않아도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이 결합한 형태를 통틀어 오라토리오로 부르기도 한다. 오라토리오를 쓰는 작곡가들은 줄어들었지만 스트라빈스키·쇤베르크 등도 넓은 의미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다. 종교적인 내용뿐 아니라 민족주의 등을 설파하는 ‘프로파간다’ 음악으로 사용되기에 적합한 형식이다.

초기에는 예배당에서만 연주됐다. 하지만 현대로 들어오면서는 일반 공연장을 무대로 삼는다. 여전히 전통은 남아있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다룬 ‘마태 수난곡’ 등이 공연될 땐 청중도 검은 옷을 입고 오는 것이 예의다.

●주요 작품

바흐 ‘요한 수난곡’, 하이든 ‘천지창조’, 헨델 ‘마카베우스의 유다’, 멘델스존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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