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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착한 가격’ 마트 주유소, 왜 늘어나지 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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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3일 오전 8시30분. 경북 구미시 신평동 롯데마트 구미점 주유소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으로 북적였다. 이날 자신의 차에 5만원어치의 휘발유를 넣은 직장인 김성호(37)씨는 “일주일에 한 번 기름을 넣을 때 평균 24~25 L 정도를 주유하는데, 이 정도면 한 번에 2000원은 아낄 수 있다”며 “집 근처에 일반 주유소가 있지만, 15분 정도 운전을 해서라도 가급적 이곳까지 와서 기름을 넣는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L당 2000원을 넘으면서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마트 주유소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가격 경쟁력이다. 이날 롯데마트 구미점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일반 휘발유는 L당 1872원으로 같은 날 구미 지역의 주유소 평균가격인 1937원보다 65원 저렴했다. 경유값도 L당 1688원으로 일반 주유소보다 72원이나 쌌다.

 대형마트 주유소는 운전자가 직접 주유하는 셀프 주유 형식으로 운영한다. 마트 방문 고객이 주된 고객인 것을 감안해 마진을 줄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롯데마트의 주유소 매출은 지난 3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뛰어올랐다.

 롯데마트 구미점 박원석 주유소장은 “주유에 시간이 걸리는 셀프 주유소인데도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차들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마트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기름을 싸게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숫자는 미미하다. 현재 전국의 대형마트 주유소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업계 1위인 이마트가 5곳, 롯데마트가 2곳,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내 주유소가 3곳이다.

 사실 대형마트 주유소는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2008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기름값이 L당 2000원을 넘자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이 직접 대형마트 사람들을 불러 주유소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고민 끝에 주유소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뒤 기존 주유소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막상 대형마트를 독려했던 정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순천점에 세우려는 주유소는 순천시가 영업허가를 미루고 있다. 이마트는 결국 법원으로 문제를 가져갔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 셀프주유소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속이 탄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주유소의 반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적 자세로 인해 확장을 못하고 있을 뿐 직·간접적인 규제만 풀리면 언제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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