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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 만에 어렵사리 찾은 현대엘리베이터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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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달 5일 한상호(55·사진) 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전무를 영입해 신임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새 대표이사를 찾아나선 지 무려 10개월 만이다. 그 사이 대표이사 후보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으로 핵심 계열사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오티스·티센크루프와 함께 ‘빅3’로 불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부터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1위(설치완성 대수 기준)를 달리고 있고, 지난해 점유율 42.4%를 차지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알짜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가 ‘3수’까지 해가며 천신만고 끝에 새 대표이사를 구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현대그룹은 올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송진철(64) 대표의 후임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찌감치 찾아 나섰다. 그래서 지난해 9월 현대엘리베이터의 새 수장으로 허용석(55) 전 관세청장의 영입을 추진했다. 그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의 정통 재무 관료다. 현대그룹은 세제실장 출신의 최경수(61) 전 조달청장을 2008년 현대증권 대표로 이미 영입했던 전례가 있어 당시 허 전 청장의 영입 추진은 관계와 재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허 전 청장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바로 공직자윤리법의 잣대에 걸린 것. 영입 추진 직후 열렸던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무원 재취업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공직자 윤리법 제17조가 문제였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급, 직무 분야에 종사했던 공무원은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지난해 3월 물러난 허 전 청장은 당시 퇴직 기간이 6개월밖에 안 돼 법이 정한 2년을 넘지 못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수출기업이라 관세청장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것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허 전 청장 영입에 실패하자 현대그룹은 고위 관료에서 관련 업계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찾은 인물이 장병우(65) 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다. 그는 1999~2008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의 대표를 역임한 엘리베이터 분야 전문가로 대중에게도 꽤 알려진 스타 최고경영자(CEO)다. 오랜 암투병 중에도 교단에 서며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고 떠났던 고(故) 장영희 (1952~2009)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가 그의 여동생이다.

그런데 이번엔 오티스 측에서 “어떻게 10년간 회사의 얼굴이었던 인물을 경쟁사에서 데려가는가.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장 전 대표는 3월 정기주주총회 직전 일신상의 이유로 현대그룹의 제안을 거부했다.

 다급해진 현대그룹은 마지막 카드로 역시 오티스 전무 출신인 한 대표를 찾았다. 다만 경쟁사에 먼저 양해를 구했고 다행히 오티스 측도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핵심 계열사의 대표를 10개월 동안 구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상당했다”며 “신임 한 대표는 업계 전문가인 만큼 현대엘리베이터를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현대엘리베이터는(2010년 기준)

매출 8354억원

영업이익 465억원

임직원 수 1179명

국내 시장점유율 42.4%(1위)

자료:금융감독원·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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