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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 이렇게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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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일관된 탐구활동,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 창의적인 봉사활동과 리더십 발휘’. 2011학년도 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합격생들의 특징이다. 이 중 다빈치형인재 전형으로 합격한 한슬기(생명과학부 1년)·조성은(건축학부 1년)·심지연(유아교육과 1년)양을 지난 5일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나 전형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꾸준한 진로관련 연구활동으로 능력 계발

 “꿈을 이루려고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린 노력을 높이 평가 받은 것 같아요.”

 생태학자가 꿈인 한슬기양은 일찍부터 자연환경 탐구에 주력했다. 초등학생 때는 산과 강을 찾아 자연관찰에 몰두하며 관찰일지를 썼다. 중학생 땐 각종 자연환경탐구대회에 참여해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립환경연구원 연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릴적부터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었다.

 고교생 땐 생태연구에 본격 나섰다.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곳 버드나무 군락지가 말똥게와 공생관계라는 점을 증명한 연구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뛰어들었다. 습지생태연구소와 국립환경연구소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습지전문가인 한동욱 박사를 쫓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저는 궁금하면 못 참아요. 정보를 가진 사람을 찾아가 꼭 알아내거든요.”

 장항습지는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다. 그러나 한양에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연구소 소속 학생연구원 승인을 받아 들어갔다. 습지를 같은 시간에 계속 관찰해야 해, 휴일이나 밤에도 작업복을 입고 습지로 들어갔다. 진흙 범벅인 몸과 산발한 머리로 엎드려 말똥게 구멍을 찾아 땅을 팠다. 그러길 6개월여, 말똥게 구멍의 본을 뜨고 선버들의 변화를 측정한 보고서를 완성했다.

 다른 활동도 병행했다. 과학전람회에 나가 교과부장관상을 받고, 창의력올림피아드 세계 결승에 출전해 3위에 올랐다. 1년 동안 환경부 멸종위기생물 홍보활동에도 참여했다. 장항습지를 알리는 인터넷 블로그도 운영하며 습지사진 전시회도 열었다. 이를 인정받아 고3 땐 대한민국인재상도 받았다. “교과성적도 관리해야 해 고교 3년 내내 밤낮을 바꿔 살았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생태탐구 활동이 나를 변화시킨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자아계발 나서 환경 극복, 리더십 발휘

 “환경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노력한 목표의식이 저의 재산입니다.”

 조성은양의 꿈은 친환경 건축공학자다. 폐자원을 재활용해 기능성과 활용도가 높은 친환경 건축자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집은 사람이 일생 동안 머무는 장소다. 그런 집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목표를 밝혔다.

 ‘왜 건축 전공에 지원했나, 건축이 뭐라고 생각하나, 건축이 왜 중요하다고 판단하나’며 사정관의 연이은 압박 질문에 대한 조양의 대답이었다. 사정관은 조양이 중·고교 때 개발한 친환경 방음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도 계속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조양은 황용도와 장·단점을 설명하며 소신을 펼쳤다.

 조양은 충북 제천에서 여고를 다녔다. 지방이라 특기적성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때문에 학교도 수능 공부에만 매달리는 분위기였다. 그런 탓에 조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과학 탐구활동을 고교에선 못하고 시험공부에 쫓겼다. 이를 극복하고 재능을 계발하려고 발명 관련 경연대회들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허드렛일을 하며 방과후 과학실 사용을 허락 받았다. 과학동아리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대회출전 경험을 후배들에게도 전수했어요.” 이 같은 관심을 살려 학교 옥상을 정원으로 가꾸기도 했다.

 주변환경을 바꿔보려는 조양의 노력은 리더십 발휘로도 이어졌다. 고교 학생회장 때 간부수련회용 예산을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에 쓰자고 제안했다. 여행 비용을 뜻있게 써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엔 반대에 부딪혔다. 설득을 거듭한 끝에 팀을 나눠 양로원 네 곳을 방문했다. 친구들이 마음의 변화를 느끼게 되면서 간부수련회는 봉사활동으로 바뀌었다.

봉사활동으로 리더십과 문제해결능력 보여

 “제겐 내세울 만한 수상실적이나 포트폴리오가 없어요. 하지만 뜻 깊은 봉사활동으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며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심지연양은 봉사활동만으로도 진로 개척, 문제해결능력 계발, 리더십 등을 갖춰 사정관들에게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스스로 주도하며 이끈 창의적인 봉사활동을 인정받은 것이다.

 심양은 고교 때 봉사활동에 변화를 시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입시에 필요한 봉사시간만 채우기에 급급했다. 시설이 편리하고 깨끗한 사회복지시설만 찾아 다니며 걸레질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봉사활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하자고 마음먹게 됐죠.”

 지인의 소개로 성남의 한 노인요양병원을 찾아갔다. 집에서 왕복 4시간이나 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고2 때 학생회장이 되면서 학교친구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공부시간도 부족하다며 거절당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봉사자를 모집하는 구인광고를 교내에 공지하고, 이웃 고교 학생회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노인요양병원 인근 고교들도 찾아 참여를 독려했다. 전국학생회장 모임에도 나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 덕에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해 작은 봉사단체를 꾸릴 수 있었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드리려고 편지도 쓰고 손등에 뽀뽀도 하며 분장을 하고 재롱잔치도 열었어요. 남 앞에 나서길 부끄러워하던 나도 바꾸는 계기도 됐죠.”

 이를 활용해 문제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교복의 단점을 보완했다. 교내 생활에 편한 생활복을 만들고, 책상 앞 가리개를 만들어 수업 중 치마 속이 보이는 민망함을 없앴다. 이를 위해 견본을 만들어 전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교사들과 논의하고 이웃 학교 사례도 수집했다.

 “무슨 활동을 했느냐 보다 어떻게 활동했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성을 기르는 유치원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어요.”

[사진설명] 2011학년도 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해 1학년에 재학 중인 심지연·한슬기·조성은(왼쪽부터)양이 대학입시 경험담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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