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보, 허재 막히니 대암 못 찾아

중앙일보

입력

삼보 전창진 코치는 지난 8일 SBS와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1점차로 아쉽게 패한 뒤 팀숙소로 돌아가자마자 허재를 불렀다. 누구보다 허재를 잘 아는 전코치로서는 이날 허재의 경기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경기 초반 허재의 레이업슛이 몇차례 불발했을 때 전코치는 불안감을 느꼈다. 허재는 정면 레이업슛이 림에 걸렸을 때 강한 회전이 걸려 바스켓으로 빨려들면 정상이지만 힘없이 흘러내리면 컨디션이 나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기용시간을 줄여 25~30분 정도만 뛰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지만 삼보 코칭스태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첫 판은 무조건 이겨야 했고 허재도 출전을 고집했다.

허재가 결심하면 말리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보아왔듯 반드시 '한 건' 해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허재는 20득점이나 올렸고 4쿼터에서는 8점차로 뒤진 스코어를 동점-역전으로 이어주는 득점과 패스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그러나 정작 승패의 기로에서는 허재답지 못했다.

경기 종료 17초 전 마지막 공격에서 허재는 집중마크 속에 볼을 끌다 양경민에게 넘겨주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예전같으면 어떻게 하든 볼을 림 위에 올려놓았을 허재였기에 벤치의 기대는 빗나갔다.

전코치는 숙소에서 허재에게 출전 시간을 줄일 것과 개인기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혼자 책임지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세가지를 주문했다. 허재는 동의했다.

허재는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노리는 삼보의 유일한 희망이다. 코칭스태프가 SBS에 패하자마자 허재부터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허재가 10일 벌어지는 2차전에서도 부진하면 희망도 사라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