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정몽준씨, 현대중 이사진서 제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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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준 의원(무소속) 등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들이 올 주주총회 이후 이사진에서 제외돼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현대건설 부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현대의 오너들이 이번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지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대형 계열사중 오너들이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계열사들에서 이들을 이사로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전체 주식의 11.56%, 7.85%를 보유한 1, 2대 주주인 이들 부자는 이에 따라 주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자산 2조원 이상인 8개 계열사와 일부 소규모 계열사의 경우는 정부의 요구보다 1년을 앞당겨 올 주총에서 사외이사의 비율을 50%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소액주주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권 부여'에 대해서는 "올해는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부터 수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가 이처럼 오너의 경영관여를 줄이고 사외이사의 비율을 조기에 높이기로한 것은 현대 계열사의 주가 하락이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정 명예회장이 주가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직접 지시한데 따른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현대의 이같은 방침은 대기업 오너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가토록 한 정부의 재벌 정책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정부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현대 계열사들은 주가관리를 위해 증자를 하지 않고 필요하면 자사주 소각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대로 올해 인천제철, 현대에너지, 현대강관, 현대석유화학, 현대우주항공 등 계열사 7개사를 외자유치 및 청산, 합병 등의 방법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의 부채규모가 기아와 LG반도체 인수 이후 78조원까지 늘었으나 지난해 연말 53조원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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