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태어나기 전 입양될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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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50) 미국 대통령이 태어나기도 전에 입양이 논의됐다는 문서가 공개됐다. 오바마의 아버지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는 1961년 중혼 혐의로 하와이 호놀룰루 이민국에서 정밀조사를 받았다. 이때 아버지 오바마가 태어날 아이를 다른 곳으로 입양시킬 계획이 있음을 이민국에 알렸다고 보스턴 글로브가 7일 보도했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에 있는 첫째 부인과 이혼하고 현재 임신 5개월째인 앤 던햄과 재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던햄과) 결혼은 했지만 함께 살지 않았고, 아이를 낳으면 바로 구세군에 입양시킬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오바마 아버지를 조사한 이민국 관리 라일 다링이 기록한 이 같은 내용의 메모를 보스턴 글로브가 입수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기브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고 어머니가 그랬을 리 없다고 확신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입양 추진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바마의 아버지가 유학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이민국의 집중 관리 대상이었다. 59년 하와이주립대로 유학을 왔지만 상습적으로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불량학생에다 많은 여자를 만나는 바람둥이로 낙인찍혔다. 케냐에서 이혼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받았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케냐에 두고 온 두 명의 아이 이외에 다른 아이가 생기는 걸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백인과 유색인종 간의 결혼이 금지된 당시 미국 본토의 분위기 때문에 18세의 어린 던햄이 입양을 추진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낳았다. 당시 하와이는 미국 50개 주 중 유일하게 다른 인종 간 결혼이 허용됐지만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흑인과의 결혼으로 인한 차별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가족과 지인들은 “그들은 서로 열렬히 사랑했으며 늘 자식 곁에 함께 있고 싶어했다”며 입양 추진설을 부인했다.

 오바마 입양 추진설을 처음 제기한 샐리 제이콥스 보스턴 글로브 기자는 오바마의 아버지에 관한 책 『또 다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아버지의 대담하고 무모한 삶』을 다음 주 출판할 예정이다. 이 책에는 오바마의 입양 추진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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