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상쾌함 - MBC〈눈으로 말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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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세가족〉(86-94) 〈짝〉(94-98) 〈사랑밖엔 난 몰라〉(98-2000)...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잠옷바람으로 브라운관 앞에 자리잡은 시청자들을 반기던 드라마들이다. MBC는 일요아침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갈 새 드라마 〈눈으로 말해요〉를 오는 19일 오전 9시 첫방송한다.

역대 일요아침드라마들의 제조법칙은 남녀간 로맨스와 그들 가족의 일상사를 적절히 비율로 혼합한 뒤 잔잔한 웃음과 재미라는 양념을 가미하는 것. 〈눈으로 말해요〉 역시 사내 연상연하 커플인 장기웅-허인경 커플을 커다란 줄기로 삼고 회사내 크고작은 이야기들과 주인공 가족의 희노애락이라는 가지를 친다.

MBC 주말극 〈사랑해 당신을〉에서 제자와 결혼한 용감한 선생님 감우성이 이번에는 연상의 여인과 러브스토리를 엮어가는 장기웅 역을 맡았다. 친구의 누나이자 회사 선배인 허인경의 연애상담을 해주다 가랑비에 옷 젖듯 사랑에 빠진다.

귀여운 푼수 허인경 역은 전혜진이 연기한다. 계산적으로 보이지만 감정이 앞서고 철저해 보이지만 꼭 하나씩 빠뜨리는 덜렁이다.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남자가 바로 이진우가 연기할 민영철 대리. MBA 출신의 유능한 사원. 허인경을 포함한 사내 뭇 여성들의 꿈이기도 하다.

장기웅과 허인경 가족의 면면도 재미있다. 장기웅의 아버지 장용대는 〈장미와 콩나물〉에서 자식들을 닭장에 집어넣던 김성겸이 맡았다. 퇴역형사로 편부슬하에 자식들을 키웠기 때문에 참한 며느리를 얻어 집안을 돌보게 하는 것이 커다란 삶의 목표이다. 장기웅의 동생 장기룡은 〈점프〉에서 트럼펫 부는 남자 고수가 연기한다.

3년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여 아내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남자 허인경의 아버지는 이정길이 맡았다. 사미자가 억척스런 아내이자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 허인경의 어머니를 연기한다. 여기에 남편의 사업실패로 오빠집에 얹혀지내는 고모 허옥남으로 윤미라가 등장한다.

〈장미와 콩나물〉에서 가족 일상사의 소소한 면들을 잘 포장하여 재미있게 전달하였던 안판석 PD가 메가폰을 잡는다. 안판석 PD는 〈짝〉을 연출하며 일요아침드라마 제작 경험을 쌓은 바 있어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가 되는 명랑 드라마"라고 〈눈으로 말해요〉를 소개하는 안판석PD. 일요일 아침 봄내음과 함께 싱그러운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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