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펀드 6개월에 한 번은 수익률 확인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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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회사원 김모(55)씨는 올해 초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 1억원을 퇴직연금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채권혼합형 펀드라 주식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펀드를 택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익률은 4.3%로 상반기 코스피 상승률(2.42%)보다 성과가 낫다.

 퇴직연금 펀드 시장이 쑥쑥 자라고 있다. 노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김씨처럼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펀드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월지급식 퇴직연금펀드 등 다양한 상품의 등장도 투자자를 이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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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일까지 퇴직연금펀드에는 553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말 1조5785억원이었던 설정액은 2조1973억원까지 늘어나며 2조원대 시장으로 커졌다.

 연초 이후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퇴직연금펀드는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으로 상반기에만 884억원이 들어왔다. ‘삼성퇴직연금코리아대표40’(515억원), ‘미래에셋퇴직플랜40’(47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자금을 굴려 퇴직한 뒤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과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C형 가입자의 경우 선택한 상품의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한 뒤 손에 쥐는 연금 수령액이 달라지는 만큼 수익률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이 펀드냐, 예금이냐를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직장을 옮기며 퇴직연금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황모(43)씨는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에 절반씩 투자하고 있다. 황씨는 “국내 펀드는 가입 당시 가장 성과가 좋았던 펀드(삼성퇴직연금코리아대표40)를 선택했고, 해외 펀드는 한 나라에 ‘몰빵’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아시아이머징’ 펀드에 가입했다”며 “국내 펀드는 코스피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 펀드는 중국 본토 펀드로 바꿀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주 교체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황씨처럼 퇴직연금펀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교육센터장은 “해외 펀드의 경우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지만 퇴직연금펀드를 해외에 투자할 때는 과세 이연 혜택이 있어 절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쌓여 있는 적립금과 일정 기간마다 들어가는 부담금을 다양한 상품에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 주식 비중에 따라 상품을 갈아타거나 채권혼합형과 채권형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 2007년 퇴직연금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유모(38)씨는 “국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이 50%대에 달했다”며 “금리가 오르면 채권형 펀드로 전환해 안전하게 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 선보이는 다양한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투자 효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은퇴 자산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위험 요인인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농산물과 금속, 에너지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 퇴직플랜 원자재40 안정형’ 같은 상품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익률이다.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인 만큼 수익률 변동폭이 지나치게 큰 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입기간이 길어 작은 수수료 차이가 큰 수익 차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수수료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퇴직연금펀드의 경우 한번 가입한 뒤 바꾸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며 “다른 펀드와 비교해 수익률 격차가 클 경우에는 펀드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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