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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사전 공개 실효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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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신문 제공기자]

앞으로 서울시 내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나 추진위는 주민들이 내야 할 개략적인 분담금을 사전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묻지마식’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도 있지만, 오히려 주민과 조합간 분쟁의 요지를 조합에게만 책임 전가하는 서울시의 회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는,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설립 때부터 사업비와 주민 분담금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하고, 이날부터 개략적인 사업비와 분담금을 예측할 수 있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조합설립 시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예측한 개략적인 사업비와 추정분담금 내역이 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마’식 재개발ㆍ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 “생색은 서울시가 책임은 조합이 져라

하지만, 일선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그동안 많은 오류가 지적돼 온 ‘클린업시스템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이 주민들 간 혼란만 부채질 해놨다며 외려 주민과 조합간 오해와 불신으로 사업에 차질만 빚게 됐다고 성토했다.

분담금추정 프로그램 어떻게


서울시가 마련한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 내역은,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를 위한 동의서 징구시 반드시 제공해야 하며, 조합설립 이후부터는 계약확정 및 변동사항이 발생할 때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철거비와 신축비, 그밖의 비용 등 3가지만 공개했으나 앞으로는 조사측량비, 설계비, 공사비, 보상비, 관리비, 외주용역비, 각종 분담금, 공과금 등 53개 세부 항목으로 구분해 공시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개발한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은 정비사업의 수입과 지출을 예상해 사업수익을 산출하고, 전체 사업수익을 개별 조합원의 자산비율에 따라 분배토록 구성했다.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 이용 방법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정비계획 등 해당구역의 기초정보와 토지ㆍ주택 등의 주변시세를 입력하면, 법령 및 고시문 등 기준과 실제 관리처분계획서를 분석한 통계에 따라 53개의 사업비 항목과 분양수입이 자동으로 계산되며 토지등소유자의 종전재산 평가액에 따라 개인별 분담금이 자동 산출된다.

다만,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53개 항목은 해당구역의 실정에 맞게 추진위나 조합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분담금내역을 공개(확정)할 때에는 구청장의 확인을 거쳐 공개하도록 해 산출의 객관성을 높였다.
토지등소유자의 종전 자산 평가액 산출에 있어, 토지는 개별공시지가, 주택은 주택공시가격을 활용해 관리 처분이전 사업초기에 개략적 분담금을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문평가기관에 의뢰해 국ㆍ공유지, 무허가건축물 등 공시가격이 없는 부동산의 가격자료를 주변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고려해 산정하고 공시가격과 실제 감정평가가격과의 차이를 완화하기 위한 구역별 보정률을 결정해 자치구를 통해 해당 구역에 제공됐다.

고덕1지구부터 확대 시행

서울시는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을 현재 조합설립을 진행 중인 고덕1, 2-1, 2-2지구 추진위원회와 공공관리 시범지구인 성수ㆍ한남지구 등 조합설립을 준비 중인 추진위원회 단계 구역부터 중점적으로 관리하면서 대상을 관리처분인가 이전 구역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부동산 가격자료 구축이 완료된 423개 구역 중 구역지정과 추진위원회 구성이 모두 완료돼 조합설립 예정인 69개 구역과 구역지정이 되지 않았거나 추진위원회가 미구성인 254개 구역은 향후 사용을 의무화하고, 이미 조합이 설립된 100개 구역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독려해 향후 분담금이 증가되더라도 분담금의 변화내용을 미리 알려줘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클린업시스템에 이어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이 본격 운영돼 서울의 재개발ㆍ재건축이 한층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으로 사업동참여부를 조기에 결정할 수 있어 사업추진이 원활해 질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즉, 해당지역 주민은 사업 초기인 ‘조합 설립 단계’에서부터 본인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어느 정도 인지를 미리 예측하고 재개발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돼 실질적인 주민참여 기회도 제공된다.

다만, 조합 설립 단계에서 예측되는 분담금은 최종 분담금은 아니며, 개인별 최종 분담금은 사업단계에서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돼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한편, 공개된 사업비와 분담금을 각 정비사업 구역의 주민들이 확인하기 위해서는 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해당 정비구역의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의 승인을 받아 이용하면 된다.

조합원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분담금 내역과 유의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책임은 조합이 져라


조합설립 이전에 주민분담금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사후 책임을 조합에게 돌리려는 서울시의 책임 회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사적이익을 목적으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들은 추정 프로그램에서 뽑아낸 수익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분담금이 과도하다고 항의 한다”며 “프로그램 개발은 서울시가 해 칭찬을 들을지 몰라도 정확치 않은 사전공개로 인한 혼란은 우리가 다 책임지게 됐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부담금 추정치 프로그램 기준이 모호하다”며 “단독주택재건축의 경우 일반재건축과 달리 토지등소유자 들 개개인마다 평형과 토지지분값이 각기 다르다며 특히 동일한 평형이라도 지분 값이 다른 경우도 있어 추정치를 입력하기 쉽지 않다”고 성토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장기간 지속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B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조차 설립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통 10년씩 걸리는 정비사업 수익성을 논하는 것은 사업을 흔들어 놓는 결과만 낳는다”며 “시간이 흐르면 물가도 오르고 관련법도 변경돼 그에 따른 사업비가 올라갈 수도 있어 사전 분담금만으로 개발참여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인허가 기관이 과도하게 관여한다”며 불만의 목소릴 높였다.

때문에 일부 현장에선, 정보공개로 정비사업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서울시 취지가 현실과 동떨어졌음은 물론, 오히려 사업장에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또한, 서울시가 분담금 추정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추정치에 대한 책임은 수치를 입력한 추진위에게 있다는 입장이라며, 사업장마다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 정책이 서울시가 목표한 투명하고 빠른 사업진행으로 정비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지 아니면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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