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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교황청 방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4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청을 국빈방문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예방하고 교황청 국무총리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면담했다.

◇ 교황청 방문 = 金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는 이날 오후 (이하 한국시간)
교황청 연주대의 환영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공식 환영행사장인 '성 다마소' 광장에 도착해 제임스 마이클 하비 교황청 궁내성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청에서 처음 울려 퍼진 애국가 연주가 끝난 뒤 金대통령은 교황이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식스토 5세의 궁' 으로 안내돼 2층 크레멘티나실에서 교황청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후 작은 교황좌가 있는 트로네토실로 자리를 옮겨 교황과 만났다.

◇ 교황 면담 = 올해 79세인 교황은 金대통령보다 1분쯤 늦게 매우 느린 걸음으로 서재에서 나와 한국말로 '찬미예수, 감사합니다' 라며 미소를 띤 채 악수를 나눴다.

교황 = 한국교회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의 김수환 (金壽煥)
추기경, 정진석 (鄭鎭奭)
대주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金대통령 = 교황께서 북한에 가시는 계획을 가지고 있나.
교황 = 현재까지는 그런 계획이 없다.

金대통령 = 만일 북한에 가시면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기여할 수 있고, 아시아나 국제평화를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효과와 영향과 축복이 있을 것이다.

교황 = 그렇게 될 수 있으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金대통령 = 이번 방문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고통을 겪었던 우리 국민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나아가 21세기를 개척해 나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교황 = 지난 84년과 89년 두차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용한 아침의 나라' 국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영과 우정, 환대를 잘 기억하고 있다.
(남북한)
화해를 향한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코 낙담하지 말기 바란다.

◇ 선물 교환 = 교황은 金대통령에게 교황의 초상이 새겨진 기념 메달과 바티칸 박물관 안내책자를, 李여사에게는 로사리오 묵주를 선물했고 金대통령은 금속제 거북선 모형과 백자항아리를 선물했다.

교황은 '경천애인 (敬天愛人)
' 이 쓰인 백자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뜻을 물었고, 金대통령이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저와 제 아내가 직접 쓴 것" 이라고 말하자
"아름답다" 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교황은 소다노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방을 나서는 金대통령을 서재 입구에서 환송하며 "모든 한국인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빈다" 고 작별 인사를 했다.

◇ 성 베드로 성당 방문 = 이어 金대통령 내외는 승용차 편으로 교황 전용도로를 이용해 성 베드로 성당 입구에 도착해 25년만에 한번씩 열리는 성문 (聖門)
을 통해 성당으로 들어갔다.

金대통령은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인 피에타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채 감상했고 성당 내부 오른쪽 중간쯤에 있는 소예배실로 들어가 성호를 긋고 고개를 숙인채 기도했다.

이어 성 베드로 성당의 지하에서 역대 교황 2백64명의 대리석 무덤을 둘러본 金대통령은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무덤앞에서는 다시 성호를 긋고 기도했다.

교황청 방문이 끝낸 金대통령은 "87년 야당 총재때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을)
처음 뵈었을 때 느낀 그대로 정신세계가 맑고 정말 인자한 모습에 변화가 없더라" 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 고 말했다.

◇ 교민 만찬 = 5일 새벽 (한국시간)
숙소인 그랜드호텔에서 이탈리아 거주 교민 2백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했다.

농담으로 간간히 웃음을 유도한 金대통령은 "작년에 기업이 큰 이익을 냈다" 면서 "어느 대기업 간부가 '수조원을 벌었는데 40%는 대통령 덕' 이라고 말해 나는 속으로 '60%
이상이지' 라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로마에서 활약하는 여류성악가 조수미씨가 참석, 우리 가곡 '선구자' 와 롯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에 나오는 아리아, '그리운 금강산' 등 3곡을 불러 金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 모두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김진국 기자 <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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