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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새댁’ 도울 844억 줄줄 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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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충남 금산군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던 종교인 A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강사비와 출장 여비를 부풀려 축의금 등 개인 용도로 1200여만원을 유용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지난달 2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문화지원센터는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몽골 등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들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이주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써야 할 돈을 상습적으로 빼돌리거나 부풀리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이애주(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다문화지원센터 비리 사례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아 3일 공개했다. 다문화지원센터가 급증하는데도 관리체계가 허술해 횡령·과다지출 등으로 인해 정부 예산이 줄줄이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장수군 센터장은 영농기술교육사업 등 관련 사업체에 경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후원금 명목으로 680여만원을 차명계좌로 되돌려 받았다. 또 한국어 교육 등의 강의를 시행한 것처럼 허위로 문서를 꾸며 총 20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경찰에 입건됐다. 경주시에서는 여성단체 회장 박모(58)씨가 센터 건립 과정에서 건축비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지원금 1억7000만원을 횡령해 구속되기도 했다.

 전국의 다문화센터는 2006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처음 문을 연 뒤 5년여 만에 200곳(올해 5월 기준)으로 늘었다. 한 곳당 정부 지원금은 연간 8000만~1억원 정도다. 다문화센터는 여성가족부가 총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정·관리한다. 시·도의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 1회 정산서를 제출받고 현장점검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예산만 확보해 주고 200곳의 센터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

 다문화 정책은 여성가족부·법무부 등 11개 부처가 관여하며 전체 예산은 지난해 597억원에서 올해 844억원으로 41.4% 증가했다. 민간기업이나 단체 지원금도 100억원이 넘는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인사나 노무 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박유미 기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문화가족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한국어 교육, 자국어 통·번역, 취업 연계,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여성가족부에서 총괄하고 지자체에서 전문 인력이나 시설을 갖춘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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