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해부대 아들에게 내 죽음 알리지 말라” 부친 유언에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청해부대 의무 참모 장재훈 대위(오른쪽)가 의무실을 찾은 대원을 진료하고 있다.

“아들아! 내가 죽더라도 장례식에 오지 말고 임무를 완수하길 바란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7진(충무공이순신함) 의무참모인 장재훈 대위(33)는 지난달 25일 별세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장 대위의 아버지 고(故) 장종성(67)씨가 “내가 죽더라도 사망 소식을 재훈이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고인은 임종 직전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재훈이가 군인으로서, 의사로서 당연한 도리를 다해 청해부대 임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런 유언에 따라 장례식이 끝난 27일 오후에 장 대위와 전화를 하면서 별세 소식을 전하게 됐다. 장 대위는 “육군 학군장교(ROTC) 6기로 임관하셨던 아버지는 항상 대한민국의 장교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셨고, 청해부대도 그런 아버지의 권유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청해부대장 한동진 대령은 귀국을 권유했지만 장 대위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청해부대원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한 후 귀국해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면서 “부대원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 곁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2일 장 대위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 “부친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 대위의 결의가 마음 든든하다”고 위로했다.

 장 대위는 지난달 6일 소말리아 해역을 항해하던 독일 상선의 필리핀 선원이 급성 복막염으로 생명이 위독할 때 응급치료를 했던 외과전문의이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