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석유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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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 장관은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에 합의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면서 유가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제 석유시장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1일 밝혔다.

증산 설득을 위해 중동과 유럽 국가들을 순방하고 귀국한 리처드슨 장관은 미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증언에서 고유가와 공급부족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27일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담에서 증산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장관은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노르웨이, 멕시코 및 베네수엘라 석유 장관들에게 미국 에너지정보기구의 최신 자료를 전달하고 증산을 촉구했다면서 산유국들이 미국의 분석 자료를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제유가 파동을 막기위한 장기 정책 가운데 하나로 산유국과 소비국들에게 수급 불균형이 초래될 경우 `조기경보'를 제공하는 국제 데이터 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리처드슨 장관은 전날에도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산유량을 늘려야 하며 석유 수급을 시장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세계 석유 소비량은 하루 7천500만배럴이지만 공급량은 7천30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이같은 수급 불균형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반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국제 유가 조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인위적 조정은 시장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유가 안정 조치들이 모두 실패할 경우 전략석유 비축분을 방출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다른 선택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멕시코만 연안의 소금동굴에 비축한 6억갤런의 연방비축분 가운데 일부를 방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유가안정 낙관 발표에도 불구하고 북해산 브랜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이 1일 런던 시장에서 배럴당 19센트가 오른 28.28달러에 거래되는 등 유가불안이 지속됐다.

뉴욕시장에서도 지난달 29일 4월 인도분 경질유 가격이 배럴당 30.43달러를 기록한 후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는 강세가 계속됐다. 분석가들은 빈 OPEC 각료회담에서 결정될 감산의 규모와 시기 등을 둘러싸고 추측이 난무하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3개국 석유장관들은 빈 0PEC 각료회담에 앞서 3일 만나 석유 증산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오는 4월 1일부터 하루 120만 배럴씩 증산하도록 3개국이 제안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워싱턴.런던 AP.AFP=연합뉴스)
khju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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