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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들 위한 ‘골든맘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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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의 무대. 모델들이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옮긴다.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얼굴보다 시선을 끄는 부위가 따로 있다. 알파벳 D처럼 불룩하게 솟은 배.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임산부들이 모델이 됐다. 임산부들의 패션쇼, ‘골든맘 파티’를 다녀왔다.

만삭 주부들 모델로 나서

지난 16일 낮 12시, 고양시 천년부페웨딩홀. 10명의 임산부 모델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는다. 무대 아래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춘다. 무대 끝에 다다르자 모델은 D라인이 돋보일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한다. 이때를 놓칠까,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가 터진다. 미처 카메라를 챙기지 못한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모델의 모습을 담는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무대에 오른 임산부 모델들이었다. 60여 명의 임산부가 참가 신청을 했고, 심사를 거쳐 임신 25주 이상 32주 미만 임산부 10명이 선발됐다. 고양·파주지역뿐 아니라 서울·군포·산본·부천 등에서도 참가했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이들의 신청 이유는 같았다. 그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주인공이 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 이름이 ‘골든맘 파티’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파티를 기획·준비한 베이비 스튜디오 ‘페퍼민트느낌 스튜디오’의 김성미 대표는 “임신하면 배가 나오고 살이 쪄 위축되기 마련”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존중하고 가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골든맘’이라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정수진(28·파주 문산읍)씨는 “집에서 살림만 하다가 조명과 음악이 있는 무대 모델이 되어보니 그 자체만으로 흥분되고 즐겁다”며 웃었다. 멋진 무대를 위해 그들은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무대에 어울리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서다. 모델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 이경민포레 일산점 남인선 원장은 “임신으로 힘들기 때문에 자신을 꾸미는데 소홀했던 임산부들이 변신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임산부 패션쇼 보고 강좌도 듣고

숨은 주인공도 있었다. 바로 무대 아래에서 박수를 치며 패션쇼를 즐긴 임산부들. 임산부라는 공통점 외에 한 가지 더 이들을 엮어준 것은 ‘빨간색’이었다. 이날은 패션쇼답게 관람자들에게도 ‘레드’라는 드레스코드가 주어졌다. 이에 따라 임산부들은 빨간색 옷을 입거나 빨간색의 선글래스·머리핀·스카프·팔찌 등을 하고 패션쇼를 찾았다. 패션쇼장에 들어서기에 전에는 미리 준비된 포토존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중 베스트 드레서를 선정했다. 김 대표는 “패션쇼인 만큼 재미있게 하기 위해 드레스코드를 만들었는데, 임산부들의 톡톡 튀는 패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며 웃었다.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산부인과 전문의 황경진 박사(그레이스 병원)의 ‘건강한 출산을 위한 효과적인 산전관리’ 강의와 임산부의 건강을 체크하는 혈당수치 검사 등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메이크업 강의와 패션 제안은 임신 후 자신에게 소홀해지기 쉬운 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행사를 주최한 ‘페퍼먼트느낌 스튜디오’와 육아정보 커뮤니티 ‘배추와열무’ 외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패션쇼에 힘을 보탰다. 이경민포레 일산점은 무대에 오른 임산부 모델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임산부를 위한 쇼핑몰 ‘임부복닷컴’은 의상을 준비했다. 천년부페웨딩홀은 쉽게 배고픔을 느끼는 임산부들을 위해 다과와 패션쇼 장소를 제공했다.
 
촬영 땐 자신감이 가장 중요

‘골든맘 파티’는 만삭사진 촬영에서 시작됐다. 연예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만삭사진은 이제 임산부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보통 D라인이 돋보이는 30~34주 사이에 촬영하는데 이때는 스스로 촬영을 준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튜디오에서 의상과 액세서리, 신발 등을 준비해둔다. 김 대표는 “만삭사진 촬영을 위해 자연스레 임산부들의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패션쇼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만삭사진 촬영에 필요한 팁도 귀띔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중요하다”며 “움츠러들거나 쑥스러워 하면 어색하다”고 전했다. 의상은 D라인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꽉 조이는 것이 좋다. 이때 의상 길이는 짧은 것이 좋은데 움직이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부담이 적다. 아래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A라인 의상은 뚱뚱해 보일 수 있으므로 피한다. 단조로운 디자인의 산부복은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해 포인트를 준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면 얼굴 살이 더 쪄 보이므로 시원하게 올려주는 게 좋다.

한편, 페퍼민트느낌 스튜디오는 이번 행사기념으로 8월 말까지 ‘만삭 프로필 무료 촬영’ 이벤트를 연다. 스튜디오 카페(cafe.naver.com/peppermintfeel)에서 신청하면 된다.

▶ 문의=1588-2959

[사진설명] ‘제1회 골든맘 파티’에 참가한 임산부 모델들이 무대를 걷고 있다. 왼쪽은 행사를 기획한 김성미 ‘페퍼민트느낌 스튜디오’ 대표.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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