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내년 4월 시행 개정상법 무엇이 달라지나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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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개정 상법에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반영됐다. 회사의 지배구조 제도를 좀 더 엄격하게 만들어 투명경영을 유도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여러 조항에 녹아 있다.

 먼저 이사와 회사 간 자기거래의 경우를 보자. 회사에 귀속돼야 할 재산을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관행을 막기 위해 이사뿐 아니라 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이사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그들의 개인회사(소위 특수관계인들)가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까지도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도록 했다. 동시에 거래의 내용이 공정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 이사 및 승인한 이사는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이로 인해 이사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것(소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도 마련됐다. 관련 거래에 대해 역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도록 하면서 위반 시 제3자의 이익을 회사의 손해로 추정하는 내용의 이사의 사업기회 유용 금지 조항을 만들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두도록 한 것도 주목된다. 주주총회의 소집과 관련한 소수주주 주권을 강화하면서 이를 위한 검사인 선임청구 규정을 신설한 것도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이사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자는 차원에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고의·중과실, 겸업 금지, 기회 유용, 자기거래 위반이 아닌 경우 최근 1년간의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 양수도 제도도 개선됐다. 대규모 회사가 소규모 회사의 영업 전부를 양수하는 경우 양수회사에 중대한 영향이 없으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필요로 하지 않도록 했다. 음성회의에 의한 이사회 개최도 가능하도록 한 개정 내용 또한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인적자원이 중요한 지식기반산업의 창업을 유도하도록 중소기업 간 합작회사에 적합한 합자조합 제도를 신설했다. 사원에게 유한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의 설립·운영과 기관 구성 면에서 사적 자치를 폭넓게 인정하는 유한책임회사 제도 또한 새로 마련됐다. 기존 유한회사 제도를 적극 장려하기 위해 유한회사 사원총수 최대 50인 제한, 자본총액 최소 1000만원 제한 등 유한회사의 각종 제한을 폐지·완화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 상법 덕분에 우리 기업들이 좀 더 원활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투자자들도 회사의 운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의욕적인 규 벤처기업들이 쏟아져 나와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더욱 좋겠다.

강성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 skang@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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