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갑과 을의 관계'] 수시로 바뀌는 규정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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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바뀌는 관계당국의 규정은 업주들에게 큰 혼란을 준다. 각종 인·허가의 갱신비도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오르는 갱신비에 업주들은 혀를 내두른다. 대다수의 업소들은 막상 돈을 낼 때까지도 인상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라며 쓴웃음을 지은 한 업주는 “오는 7월에도 3년 만에 보건국 허가 갱신비의 인상이 예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업소 실정 무시

관계당국의 업소 및 건물 규정은 대부분 이용자의 불만을 토대로 이뤄진다. 불만은 해당부서나 해당지역구 시의원의 사무실로 주로 접수된다. 양쪽 모두 '유권자'의 목소리라는 대전제 하에 곧바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다. 사실상 '규정'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업소 입장에서 보면 규정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과 괴리를 느낀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는 7월1일 시행을 앞둔 가주 푸드핸들러 카드법(CFHC)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식당 매니저 한 명만 소지하고 있으면 됐던 카드가 주방이나 홀에서 음식을 다루는 모든 사람이 소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당업계 관계자들은 고객의 위생 측면에서 보면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불경기로 고생하는 요식업계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업원 교육에 대한 부담은 물론 '시험을 본 이후 이민당국의 체류신분 수사가 있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불체자 종업원들의 이탈은 가뜩이나 힘든 요식업계를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

▶버티는 게 전부

보건국.수도전력국.빌딩안전국 등에서 수시로 바뀌는 규정을 따라가지 못해 검사관으로부터 티켓을 받은 사람의 대처법은 대부분 벌금을 내고 버티거나 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뀐 규정을 업소 현실상 따르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찌개나 전골류를 파는 업소를 상대로 생긴 후드 설치 의무화 규정은 천장에 구멍을 내기 불가능한 업소의 경우 실질적으로 메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일부 업소는 보건국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이후 벌금을 내고 다음 조사가 나올 때까지 그냥 버티는 방법을 쓰고 있다.

재정적으로 수천달러 이상을 갑자기 들여 공사를 하기 불가능한 업소들도 그냥 벌금을 내고 버티는 경우다.

한 업주는 "규정을 따라 공사를 실시할 돈도 없고 공사기간 동안 문을 닫을 여유도 없다"며 "해결방법이 없어 일단 버티며 시에 청원을 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은 돈의 유혹

일부 업소에는 "검사관에게 '뒷돈'을 주고 해결하면 된다"는 은밀한 유혹이 들어간다. 뒷돈의 규모는 작게는 몇백달러에서 많게는 몇천달러 정도의 수준이다. 대부분 몇 차례 벌금에 들어갈 돈이나 개선 공사비로 쓸 돈보다 적은 액수로 일단 검사관부터 막자는 내용이다. 한 업주 말대로 시정하는 데 들이는 돈보다 뒷돈이 싸다면 그 유혹을 이길 업주는 별로 없다.

한 업주는 "화장실 리모델링을 함부로 했다가 경고를 받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브로커가 와서 자신이 검사관을 연결시켜서 벌금이나 별도의 공사 없이 해결시켜 주겠다고 했다"며 "요즘 검사관에 대한 FBI의 수사를 보면서 정말 잘 판단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뇌물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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