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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흔든 ‘갑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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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3일(현지시간) 열린 국민연금공단 뉴욕사무소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오픈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셔 인베스트먼트 켄 피셔 회장, BNY 멜런 은행 밥 켈리 회장,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전광우 국민연금이사장, 씨티그룹 비크람 판디트 회장, 골드먼삭스 개리 코헨 부회장. [국민연금관리공단 제공]


국민연금은 갑(甲)이다. 세계 자산운용 시장의 강자다. 한국의 대통령이 불러도 오지 않는 해외 금융계의 거물조차 국민연금이 부르면 다음날 재깍 날아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가 한복판에서 열린 국민연금 뉴욕사무소 개소식은 국민연금의 위상을 십분 보여줬다.

 개소식엔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회장, 스티븐 스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개리 콘 골드먼삭스 투자은행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 로저 알트먼 에버코어 파트너스 창립자 등 월가를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갑작스레 가족상을 당한 메리 어도즈 JP모건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가 대리인을 보냈고,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축하 전문을 보냈다.

  월가 거물들을 끌어모은 힘, 그 원천은 돈이다. 국민의 돈 340조원이다. 자산 규모에서 세계 4위를 자랑한다. 일본의 후생연금(GPIP·자산 규모 1603조원), 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GPF·557조원), 네덜란드 공적연금(ABP·354조원) 다음이다. 전광우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연못 속의 고래’라고 할 정도로 덩치가 커져 한국 내에 머물러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가 됐다”고 말했다. 엄청난 돈을 국내 시장에서만 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도 국민연금은 이미 큰손이다. 한 번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투자한다. 예컨대 2009년 영국 런던의 HSBC타워 매입에 1조4800억원을 썼다. 해외 금융계에 더욱 매력적인 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시작 단계란 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현재 13% 정도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2015년까지 20%로 늘릴 계획이다. 덩치와 해외 투자 비중이 동시에 커지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40년에 자산 규모가 2400조원으로 불어나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지금도 큰 고객인 국민연금을 앞으로 훨씬 더 정중하게 모셔야 할 상황이다.

정경민 특파원,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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