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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선택 … 34세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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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스보아스 전 FC포르투 감독이 지난달 19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SC브라가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0 승리가 확정되자 높이 뛰어올라 환호하고 있다. [더블린 AP=연합뉴스]

거스 히딩크(左), 조제 모리뉴(右)

선수로 뛴 경험이라곤 전혀 없고,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축구나 하던 소년이 최고의 축구클럽 감독이 됐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34) 전 FC포르투 감독이 주인공이다. 34세의 젊은 감독 비야스보아스는 22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 3년 계약을 했다. 첼시는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비야스보아스를 데려오기 위해 무려 1320만 파운드(약 233억원)를 FC포르투에 지불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떠난 뒤 후임으로 거스 히딩크가 유력해 보였지만 첼시의 선택은 특별했다.

 1993년 포르투갈의 포르투. 16세 소년 비야스보아스는 당시 FC포르투의 감독 보비 롭슨과 마주친다. 비야스보아스에게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롭슨은 86년 멕시코,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이끈 명장으로 FC바르셀로나, PSV에인트호번 등 명문팀 사령탑을 두루 거쳤고 훗날 기사 작위를 받았다. 롭슨은 비야스보아스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보통 소년 같았으면 ‘사인 한 장’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야스보아스는 ‘충고’를 했다. “후보 선수 도밍고스 파시엔샤를 적극적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롭슨은 소년의 당돌함에 놀랐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엔 소년의 내공에 놀랐다. 비야스보아스는 FC포르투의 경기를 빠짐없이 봤고, FC포르투에 대해서만큼은 척척박사였다. 재능을 알아본 롭슨은 소년을 FC포르투의 스카우트팀으로 불렀다.

 비야스보아스는 지도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롭슨의 추천으로 17세 때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유럽축구연맹(UEFA)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이듬해에는 B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23세이던 2000년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감독을 맡아 2002 월드컵 북중미-카리브해 월드컵 예선에 나섰다. 2패로 물러났지만 비야스보아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비야스보아스

 FC포르투로 돌아온 그를 조제 모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가 기다렸다. 2002년 1월 FC포르투 지휘봉을 잡은 모리뉴는 비야스보아스에게 전술분석팀을 맡겼다. 모리뉴는 비야스보아스 팀과 함께 FC포르투와 첼시, 인터밀란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EPL 2연속 우승 등 성공 신화를 썼다. 모리뉴는 “비야스보아스는 나의 눈과 귀”라고 말했다. 비야스보아스는 2009년 10월 포르투갈 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 사령탑을 맡으며 모리뉴로부터 독립했다. 언론은 비야스보아스를 ‘모리뉴의 클론’으로 묘사했다. 모리뉴 없이 혼자 힘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 숨어 있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비야스보아스는 강등 위기의 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를 구해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비야스보아스의 축구는 분명 모리뉴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공격보다 수비, 흥미보다는 승리’라는 모리뉴의 축구 철학은 비야스보아스에게서 ‘공격과 승리’로 재창조됐다.

 지난해 6월 FC포르투로 자리를 옮긴 비야스보아스는 4-3-3 포메이션과 강한 전방 압박 수비를 꺼내들었다. 여기까지는 모리뉴 축구의 복사판. 그러나 모리뉴가 최전방에 타깃형 스트라이커 한 명을 즐겨 포진시키는 반면 비야스보아스는 3명의 공격수를 기용했다. FC포르투는 지난 시즌 3관왕(유로파리그·포르투갈리그·FA컵)을 달성했다.

 첼시에는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퍼드(이상 33세) 등 베테랑이 즐비하다. 34세의 감독은 팀을 장악할 수 있을까. FC포르투의 실베스트레 바렐라는 비야스보아스에 대해 “선수들과 가까운 감독이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비야스보아스는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승리를 위해 고민하는 장수다. 첼시가 비야스보아스를 택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비야스보아스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김종력 기자

비야스보아스는

▶국적=포르투갈
▶생년월일=1977년 10월 17일
▶신체조건=1m82㎝·78㎏
▶우승 경력= 2011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2010~2011 포르투갈리그 무패 우승, 2010~2011 포르투갈 축구협회(FA)컵 우승
▶감독 경력= 포르투갈 클럽팀 FC포르투 감독(2010년 6월~2011년 6월), 포르투갈 클럽팀 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 감독(2009년 10월~2010년 5월), 버진아일랜드 국가대표팀 감독(2000~2001년)

비야스보아스 리더십 배경엔

▶FC포르투의 경기를 매주 보며 키운 분석력
▶명장 보비 롭슨·조제 모리뉴의 장점을 훔쳐냈다
▶모리뉴의 ‘지지 않는 경기’를 ‘이기는 경기’로 업그레이드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춰 ‘동업’
▶“감독은 선수와 경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는 직업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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