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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메디 〈나인 야드〉 1위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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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블랙 코메디 〈나인 야드(The Whole Nine Yards)〉와 다이안 키튼, 멕 라이언 주연의 코메디 드라마 〈행잉 업(Hanging Up)〉이 금요일인 2월 18일부터 프레지던츠 데이(Presidents day)인 2월 21일 월요일까지 이어진 주말 4일간의 북미 흥행에서 치열한 1위다툼을 벌인 끝에 각각 1592만불과 1571만불을 벌어들이며 1위와 2위를 차지하였다.

이 두편은 주요 관객층의 성별이 뚜렷이 구별되었는데 〈나인 야드〉의 경우는 관객층의 55%가 남성이었던 반면, 〈행잉 업〉은 관객의 68%가 여성관객이었다. 다만 두영화 모두 성인 관객이 많아 〈나인 야드〉 남성관객의 대부분이 25세 이상이었고, 〈행잉 업〉의 여성관객중 55%가 35세 이상이었다. 그러나 〈나인 야드〉를 배급한 워너 브러더즈사의 배급대표인 댄 펠만은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주연을 맡은 인기 TV 시리즈 〈프렌즈〉 출신 매튜 페리의 인기에 힘입어 여성관객들도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신작 개봉이 유난히 많았던 이번 주말은 이 두편을 포함하여 전국개봉한 새영화 네편이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모두 10위권에 진입하여 흥행판도에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위의 두편이외에 외계인에게 쫓기는 주인공을 다룬 SF 스릴러물 〈피치 블랙(Pitch Black)〉은 1347만불의 수입으로 4위를 기록하였고, 월 스트리트의 브로커 세계를 다룬 〈보일러 룸(Boiler Room)〉은 672만불의 수입으로 8위를 기록하였다.

이들 새 개봉영화들의 영향으로 지난 주말까지 2주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였던 〈스크림 3〉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988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차지하여 5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지난 주말 2위로 개봉하였던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The Beach)〉 역시 이번 주말에는 825만불의 수입으로 7위로 하락하였다. 반면, 〈비치〉와 같이 개봉하였던 10대 코메디물 〈스노우 데이(Snow Day)〉만은 1526만불의 수입으로 지난 주말에 이어 3위를 지켜 제작사인 파라마운
트사를 즐겁게 하였다.

이번 주말 1위로 개봉한 〈나인 야드〉는 갱단의 재판을 TV로 보던 신인 각본가 미첼 캐프너가 "만일 저런 이들이 이웃에 있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처녀작으로, 〈나의 사촌 비니〉와 〈말뚝상사 빌코〉 등의 코메디물 전문 감독인 조나단 린이 연출을 맡은 블랙 코메디이다.

몬트리올 교외에 살고 있는 치과의사 니콜라스(매튜 페리)의 새 이웃이 이사를 오는데 그는 "튤립"이란 별명으로 악명을 높였던 전직 시카고 갱단의 킬러로 지금은 은퇴한 지미(브루스 윌리스)이다. 전혀 공통점이 없어보이는 이들에게도 한가지 닮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점이다. 살아남기 위하여 이들은 서로 힘을 모으는데, 지미는 특유의 냉철한 판단력으로 또 니콜라스는 그의 치과 기술로서 서로를 도우게 된다.

이 영화에 대하여 평론가들은 대부분 완성도가 낮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재미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하였다. 토론토 글로브 & 메일의 릭 그로운은 매튜 페리에 대하여 언급하며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프렌즈〉의 한 멤버를 큰 스크린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혹평하였고, 워싱턴 포스트의 리타 켐리도 "가끔 재미있을 뿐"이라고 일축하였다. 반면, AP의 테드 안소니는 "브루스 윌리스? 대부분
지루하다. 매튜 페리? 대부분 정말 지루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 영화에 등장한다면? 놀랍게도 정말 재미있다."고 평했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정말 포복절도할만큼 재미있는 영화"라고 이 영화편을 들어주었다.

〈나인 야드〉와 치열한 1위 경합을 벌였던 〈행잉 업〉은 인기 여성 코믹스타인 멕 라이언, 다이안 키튼, 리사 쿠드로(역시 TV물 〈프렌즈〉의 인기스타)가 자매로 출연하는 완전 여성용 코메디물이다. 올해 79세의 월터 매쏘가 이 자매의 치매에 걸린 아버지로 호연한 이 영화는 델리아 애프론의 자전적 소설을 델리아와 노라 애프론 자매가 각색하였고,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과 〈유브 갓 메일〉의 인기있는 여성 감독으로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노라 애프론의 지지로 다이안 키튼이 연출을 겸했다.

다이안 키튼은 이벤트 기획자인 이브(멕 라이언)가 강한 언니(키튼)와 신세대 동생(쿠드로우)와 충돌하면서도 치매에 걸려 죽어가는 아버지와 자기 인생을 바로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의 솔직함에 반한 2년전 더 이상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연출을 맡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소니 영화사의 부대표인 에드 러셀은 "리사, 멕, 다이안의 재능에 힘입어 우리는 모든 여성 관객층을 골고루 사로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는데, 실제 다이안 키튼의 나이는 55세이고 멕 라이언은 39세, 리사 쿠드로우는 37세(스크린에서는 훨씬 어려보이지만)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몹시 차가왔다.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이 영화의 스타일리쉬한 예고편을 포함한 이 영화의 마케팅 켐페인을 떠올리면서 "이 영화의 광고는 이 영화가 마치 〈조강지처 클럽〉과 같이 세 명의 글래머 여성들이 그녀의 아버지와 그들 사이에서 툭탁거리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사실 영화에서 농담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시종일관 우울하다. 영화는 죽어가는 노인과 함부로 자라버린 그 딸들에 미치는 영향을 그린 케케묵고 역겨운 할리우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고 혹평을 보냈다. LA 타임즈의 케빈 토마스 역시 이 영화에 실망했다고 전하면서, "이 영화는 모든 성공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스타들, 괜찮은 줄거
리, 강한 제작팀. 하지만 이 영화에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만족스럽게 배합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주말 4위를 차지한 〈피치 블랙(Pitch Black)〉은 당초 평론가들의 혹평과 무관심을 받았던 평범한 SF 소품. 그러나 막상 개봉되어 주말 4위라는 괜찮은 스코어를 기록하자 (1832개 극장에서 상영되어 극장당 수입이 이번 주말 10위권내에서 1위인 7351불이다) 영화를 만든 유니버설 산하의 USA 필름사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까운 미래, 순항중이던 우주선이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다. 승무원은 살해당하고 일부의 승객들은 도망가게 된다. 보안관과 살인범도 그들속에 섞여있는데, 이 기분나쁜 별에 일몰후 암흑이 찾아왔을 때 이별의 숨은 주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얼마전 개봉하였던 월터 힐 감독의 SF 실패작 〈슈퍼노바〉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빈 디젤, 키쓰 데이비드 등 비교적 지명도가 낮은 배우들을 기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데뷰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는 〈터미날 스피드〉와 〈GI 제인〉, 〈도망자〉 등의 각본가로 알려져 있는 데이비드 투이가 연출과 각본을 모두 담당하였다.

이번 주말 개봉한 영화중에서 가장 낮은 흥행스코어를 기록한 뉴라인 시네마의 〈보일러 룸(Boiler Room)〉도 개봉관수가 10위권영화중에서 가장 작은 1335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극장당 수입을 따지면 5036불로 (1위인 〈나인 야드〉는 5469불) 그리 나쁘지 않은 흥행
수입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월 스트리트 증권가를 배경으로 주인공 세스 데이비스의 흥망승쇄를 다룬 이 영화는 〈사랑하고 싶은 그녀〉에서 열연한 지오바니 리비시가 세스역을 열연하였으며, 니아 롱, 〈피치 블랙〉에서도 주연으로 등장하는 빈 디젤 등이 공연하였다. 이번이 첫 작품인 올해 27세의 신인 벤 영거가 각본과 함께 연출을 겸했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매우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영화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월 스트리트 저널의 조 모겐스턴은 "영화에는 드라마틱한 에너지가 넘친다. 또한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다우지수에 부합하는 돈에의 갈증도 잘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영화는 가까이서 지켜본 실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을 보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는, 곰돌이 푸 이야기를 극장판으로 만든 아동용 만화영화 〈티거 - 영화판(The Tigger-the Movie)〉가 1060만불의 수입으로 5위를 차지하였으며, 지난 주에 발표된 아카데미상 후보작들 중에서 최다부문 후보로 오른 〈아메리칸 뷰티〉가 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660만불의 수입으로 지난 주말 60위에서 단숨에 9위로 급상승하여 다시 10위권내에 진입하였고, 역시 오스카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사이더 하우스 룰스(The Cider House Rules)〉도 341만불을 벌어들여 개봉 11주째 역시 10위권내로 진입하였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중에서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린 〈그린 마일〉은 324만불의 수입으로 11위를 기록하였는데, 〈그린 마일〉이 74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현재 1억 2869만불로서, 이 영화를 배급한 워너 브러더즈사의 배급대표 댄 펠만은 〈그린 마일〉이 최종적으로 1억 4천만불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사진
〈나인 야드〉
〈행잉 업〉
〈스노우 데이〉
〈피치 블랙〉
〈보일러 룸〉
〈티거-영화판〉
〈스크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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