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수사, 살아 있는 권력에 더 엄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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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뛰어든 지 3개월 만이다.

 김 사장에 대한 수사는 여러모로 주목된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는 금융권을 맴돌았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로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사건이 전 정권부터 현 정권에까지 이어졌기에 여야 구분 없이 의혹을 받아왔다. 마침내 정치권 수사에 나선 중수부의 첫 조치는 14일 야당 정치인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출국금지다. 서 전 의원이 정치권 수사의 출발 신호라면, 김 사장은 현 정권에 대한 ‘성역(聖域) 없는’ 수사 의지로 주목된다.

 김 사장의 혐의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차례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로 뛰던 시절부터 측근으로 부상한 김 사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여러 명분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시점을 전후해 인허가 관련, 선거자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낙선 이후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던 2010년 5월엔 감사원 감사와 이에 따른 퇴출 저지 로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검찰의 자존심’이라는 중수부의 명예와 생존이 걸린 문제다.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이 중수부 폐지에 사실상 합의한 상황에서 ‘중수부 폐지 반대’를 외친 사람들이 바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의 함성에 호응해 김준규 검찰총장은 정치권을 향해 “수사로 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수부 폐지론은 한마디로 ‘정치검찰’이란 낙인(烙印)이다. 검찰이 정치권,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인 집권세력의 비리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해왔기에 늘 ‘폐지 대상’이란 오명(汚名)을 감수해왔다. 이번이 기회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기대에 부응함은 물론 검찰의 자존심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