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노하우] 27명 공동창업 ㈜사람과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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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기술은 회사 설립 2년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등록한 정보통신 기기부품 연구개발업체다.

임직원(31명)의 90%가 엔지니어다. 주식 시가총액은 17일 현재 1천억원을 웃돈다.

올 매출목표는 지난해의 10배인 1백20억원. 특히 지난해 3월 코드분할접속방식(CDMA)의 무선전화기 시스템의 칩을 개발했다.

이 칩은 오는 5월 무선전화기 사업에 나서는 하나로통신의 단말기와 기지국에 쓰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기기 부품 개발업계에선 기술경쟁력이 있는 '작은 거인' 으로 통한다.

이 회사는 97년 6월 대학교수 3명을 포함해 연구인력 27명이 공동창업했다. 그러나 엔지니어 중심 풍토로 여러 시행 착오도 겪었다.

창업 멤버간의 갈등도 적지 않아 초기 멤버 중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또 기존 시장에서 전문인력을 구할 수 없는 첨단 칩 개발에만 매달리다가 동종업계의 따돌림도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한 3개의 벤처 캐피털과 엔젤 투자가로부터 6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연구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 회사 창업멤버로 현재 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천재욱 이사는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엔지니어 특유의 고집과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창업 멤버들이 이사.부장 등을 맡고 있으며, 김호겸 사장은 지난해 9월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다음은 창업 멤버인 천 이사와 박홍주 사업본부 부장 등이 말하는 노하우.

◇ 독불장군식 연구개발은 부작용을 낳는다〓무선통신용 칩을 개발할 때 처음엔 성능은 앞서지만 국내 기존 규격과 다른 제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를 사용할 통신서비스 업체들로부터 "기술은 훌륭하지만 그 제품은 납품받기 어렵다" 는 통보를 받았다. 또 동종 개발업체들로부터 '너무 앞서간다' 는 핀잔까지 들었다.

천이사는 이와 관련 "동종 개발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으면 제품 개발도 빨리할 수 있다. 또 수요업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사업화도 앞당길 수 있다" 고 말한다.

◇ 성급하게 사람을 모으지 말라〓벤처기업을 창업 할 때는 급한 대로 연구인력을 끌어 모으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대학동문이나 지인 중심으로 창업멤버를 구성하게 된다. 이럴 경우 회사를 꾸려가는데 인화나 조직 상하간 위계질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 단계에 이르면 이를 놓고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창업 때부터 경영참여 범위와 성과급 분배 등을 명확히 해둬야 한다. 창업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동종업계의 자문을 구해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경영과 기술 부문은 구분하라〓엔지니어 출신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면 경영에 엔지니어들의 입김이 세지기 쉽다.

사장의 사업 전개에 발목을 잡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엔지니어들의 지나친 경영참여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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