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과 소외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쪽에서는 엄청난 부가 만들어지고 이를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변화의 대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현상을 ‘디지털 갭(digital gap) ’ 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자신의 분야에 활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상대적 격차는 날로 확대될 것이다. 옛날 방식대로 정부가 막대한 자원으로 갖가지 공공사업을 확대해 가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이 세상을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일상 생활에 분주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새로운 변화는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전선(戰線) 은 이미 확대일로에 있다.

웬만한 사무실은 이제 급속히 온라인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무실의 일과는 인터넷의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끝나게 재편돼 가고 있다. 직장의 온라인화는 이제 가정의 온라인화로 확대되고 있다.

광통신이 여기저기에 깔리고 대단위 아파트를 중심으로 초고속통신망에 접속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부터 전력선을 통한 서비스까지 확대되면 단독 주택과 연립 주택에 사는 사람들까지 고속으로 온라인화의 대열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모르면 약이지만, 알기 시작하면 할수록 속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우리 네트워크화의 주역이었다. 점점 휴대폰이나 PDA(개인휴대용 단말기) 와 같은 이동통신기기들이 PC 영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모빌 네트워크’ 개념도 확대일로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끝나는 그런 시대가 목전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강남에는 ‘닷컴(.com) ’이란 간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닷컴 자본주의’로, 인재의 벤처기업으로의 탈출을 두고 ‘닷컴 엑소더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아예 회사 이름을 ‘닷컴’으로 바꾸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변화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업들은 언제나 변화의 전령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 만큼 흥미진진한 시대가 열리게 될지 미리 알려 주는 하나의 지표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은 단순히 상거래의 수단이 아니라 정보유통 채널에서 과거의 판 자체를 뒤엎는 혁명적인 발명이다. 언제나 돈과 정보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지 않은가. 때문에 돈의 창출과 분배 과정에서도 과거의 잣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부를 만들어 내는 곳에서도 신구(新舊) 세대의 교체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굳이 연령을 갖고 신구 세대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나이가 어떠하든지 그는 언제나 신세대에 속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연령의 벽이란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직장의 안팎에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물론 변화는 언제나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부가 만들어지고 이를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변화의 대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현상을 ‘디지털 갭(digital gap) ’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자신의 분야에 활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상대적 격차는 날로 확대될 것이다. 옛날 방식대로 정부가 막대한 자원으로 갖가지 공공사업을 확대해 가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보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 등을 통해 싼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선과 기부활동이 생활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부를 사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필요하다.

디지털혁명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대단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속도감 있게 승부수를 던지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엄청난 부를 일궈 낼 수 있는 흥미있는 시대가 눈앞에 열리고 있다.

자유기업센터 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