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전원마을, 원전 추진에 무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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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원자력발전소(원전) 유치 추진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울진군은 지난 2월 근남면 산포리 일대 679만㎡(206만평)를 신규 원전 유치 부지로 한국수력원자력에 신청했다. 신규 원전은 4∼6기 규모다. 이보다 앞서 울진군은 2008년 국책사업인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산포리·후포리·주인리 등 3곳에서 추진해 왔다.

 문제는 산포리 전원마을 사업지(2만7000㎡)와 신규 원전 유치 부지가 겹친다는 점이다.

 울진군의회 장시원(41·무소속) 의원은 최근 “울진군이 올 초 전원마을 조성사업 부지가 포함된 지역을 신규 원전 유치 부지로 중복 신청하면서 전원마을 조성이 무산될 위기”라고 주장했다. 전원마을 사업은 마감 시한인 6월 중 시행하지 않으면 국비 사업 속성상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

 장 의원에 따르면 울진군은 2008년 6월 국·도비 11억8500만원과 군비 3억1500만원 등 15억원을 들여 산포리 일대에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입주 예정자 31가구까지 모든 확정지은 상태다. 사업이 사실상 시행 전 단계에 이른 것이다.

 신규 원전 후보지는 6월 말 발표 예정이다. 두 사업이 장소도 겹쳤지만 공교롭게도 주요 사업 시기도 충돌한 것이다.

 거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유치 신청에 대한 군민의 여론은 찬성에서 우려로 변하고 있다. 울진에는 현재 원전 6기가 가동 중이고 2기는 건설 중, 2기는 건설이 계획돼 있다.

 장 의원은 그래서 “신규 원전 후보지가 발표된 뒤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협의해 예산을 반납하거나 낭비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원마을 조성 업무를 맡고 있는 울진군 친환경농정과는 “별 문제될 게 없다”고 답변한다.

 울진군 노태일 친환경농정과장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해 ‘신규 원전 발표 때까지 전원마을 사업 시행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으며 ‘군수가 판단할 사항’이란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4월 군의회에서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이 늦어질 경우 예정대로 6월 중 사업을 강행한다”는 답변과 달라진 것이다.

 그는 또 울진군이 신규 원전 후보지로 정해질 경우에도 원전 입지는 전체 부지 중 일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포리 전원마을 남만희(60) 추진위원장은 “한 지역에 이중으로 국책사업을 신청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신규 원전이 유치되면 울진군이 산포리 대신 새로운 전원마을 후보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이 들어설 장소와 산포리 전원마을이 다소 거리가 떨어진다 해도 누가 혐오시설인 원전 옆 전원마을을 선호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담당 공무원이 문제를 일으켜 3년째 사업이 지체됐는데 더이상 늦춰지면 금전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미 3000만원 안팎을 투자한 상태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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