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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국 청소년에 번지는 돈으로 담뱃불 붙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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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소년들 사이에 고액권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태어난 이른바 주링허우(90后·90년대 이후 출생자)가 주도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하게 살아온 이들은 남을 배려하기 보다 무시하거나 자신을 과시하는, 중국 내 졸부가 지닌 이기주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100위안(1만6000원)인민폐로 담뱃불을 붙이는 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09년 6월이었다. 한 여학생이 이런 장면을 연출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진 속의 여학생은 짙은 화장을 하고 반 이상 타들어간 인민폐로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주변에 함께 있던 친구들 상당수가 이런 행동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돈에 온갖 낙서를 한 사진이 중국 사이트에 함께 올라왔었다.

주링허우들의 이런 사진은 중국 내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왔다. 이번 달에도 '주링허우 문제아의 100위안 담뱃불 붙이기'란 제목으로 남자 중학생이 길거리에서 인민폐에 불을 붙여 담배로 가져가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런 청소년의 행동을 꾸짖어야 할 어른들도 인민폐 담뱃불 붙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에는 사무실인지, 비밀 클럽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폐쇄된 방에서 성인 남녀가 인민폐에 불을 붙여 돌아가며 담뱃불을 당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부유층 자녀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100위안이면 빈곤층 수십명이 밥을 먹을 수 있는 돈인데…" "중국 가정교육이 돈에 사라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른과 중국 당국에 대해서도 "갑자기 돈을 벌고, 머리는 텅 비어버린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화폐를 저렇게 훼손하고, 인민에게 집단적 상실감을 주는 청소년과 그 부모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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