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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 부산저축 고비 때마다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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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0일 KTB자산운용과 이 회사 장인환(52) 대표가 부산저축은행의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한 배경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1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주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처음 수사선상에 올랐다. 장 대표는 삼성꿈장학재단과 학교법인 포스텍이 500억원씩 모두 1000억원을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주선했다.


 KTB자산운용과 부산저축은행의 밀접한 관계는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이 설립에 관여한 아시아신탁과 두 회사 간의 ‘3각 거래’가 나타나면서 다시 확인됐다. 아시아신탁은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90억원을 투자했다 주식 44억원어치를 손실 처리했다. 그런데 나머지 46억원 가운데 2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준 회사가 ‘글로벌리스앤캐피탈(옛 금호오토리스)’이었고 이 회사 대주주가 KTB자산운용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신탁이 입을 손실을 줄여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2009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부산저축은행이 195억원을 편법 지원하는 과정에 KTB자산운용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오토리스 지분 100%를 19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상호저축은행은 비상장 주식을 10% 이내에서 보유해야 한다’는 상호저축은행법 규정을 어긴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은 두 차례나 계약서를 변경해 부산·대전저축은행이 각각 9.9%씩 지분을 갖고, KTB자산운용 계열 PEF(사모투자펀드)가 70%의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갔다. 이 밖에 KTB자산운용은 서울대발전기금이 갖고 있던 부산저축은행 주식을 아시아신탁이 비싼 값에 사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적정한 경영판단에 따라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장 대표와 KTB자산운용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부산저축은행을 지원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금융감독당국도 KTB자산운용에 대한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박원호 부원장은 이날 “KTB자산운용을 상대로 8일부터 2주 일정으로 종합검사를 벌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샅샅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김종창 전 원장이 친구 박모(63)씨에게 차명신탁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아시아신탁 지분 4%에 대한 배당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신탁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9억원과 10억원씩 현금배당을 했고, 박씨는 모두 76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원장에게 전달됐을 경우 주식을 차명 보유한 것으로 보고 김 전 원장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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