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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2개 줄이고 웨지 4개로 ‘무장’... 톰 카이트 PGA 19승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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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20면

짧은 거리에서 정교하게 치는 클럽을 웨지(Wedge·쐐기)라고 부른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골프 용어에 웨지라는 말은 없었다. 샌드 웨지는 샌드 아이언, 피칭 웨지는 피치 아이언으로 불렸다. 이 클럽들이 왜 웨지라고 불리게 됐는지 규명할 자료는 찾기 어렵다. 쐐기처럼 박아 친다, 혹은 쐐기를 꽂듯 정교한 클럽이다 정도로 유추할 수는 있다.

성호준의 골프 진품명품 <15> 쇼트게임을 바꾼 펠즈의 웨지

아이언의 변방에 있던 웨지를 하나의 장르로 발전시킨 사람은 데이비드 펠즈다. NASA선임연구원을 그만두고 쇼트게임에 몰두한 그는 2볼 퍼터를 만들기도 했다. <중앙sunday 5월 1일자 21면>
펠즈는 파워게임을 위한 클럽은 12개나 되는데 정작 스코어에 직결되며, 모든 샷의 60%를 차지하는 쇼트게임을 위한 클럽이 샌드웨지와 퍼터뿐이라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클럽 메이커들은 장타 마케팅을 위해 로프트를 낮추고 샤프트 길이를 조금씩 늘리는 추세다. 현재 8이라는 숫자가 붙은 아이언은 20년 전엔 7번 아이언이었다. 따라서 현재 피칭웨지는 9번 아이언 역할을 한다. 피칭웨지는 과거에 비해 거리를 더 내지만 샌드웨지에게 책임을 가중시켜 스코어에 악영향을 준다고 펠즈는 봤다.

일반적으로 롱게임에는 10야드 정도 간격으로 클럽이 구성되어 있고 쇼트게임은 샌드웨지 하나로 다 한다. 펠즈는 모든 클럽이 담당해야 할 거리는 비슷해야 한다. 오히려 쇼트게임에서 이 거리의 갭은 좁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가 만들어낸 갭(gap) 이론이다.

그는 롱게임에 필요한 클럽 숫자는 스코어에 영향이 크지 않다는 가설을 만들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짝수 아이언을 모두 빼고 라운드하는 실험을 했는데 스코어 차이는 거의 없었다. 대신 쇼트게임을 위한 클럽은 많을수록 스코어가 줄어들었다.

펠즈는 아이언 2개를 빼고 현재 10야드씩 차이가 나도록 돼 있는 아이언의 거리 차를 15야드로 늘렸다. 대신 웨지 2개를 추가했다. 60도 정도의 로프트웨지와 63도 정도의 엑스트라 로프트웨지다. 웨지를 추가하기 위해 퍼터를 제외한 어떤 클럽도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

펠즈는 4개의 웨지로 각각 세 가지 스윙을 하는 이론으로 모든 갭을 없앴다. 골퍼를 정면으로 봤을 때 왼팔을 시계의 시침으로 가정하고 10시30분을 가리키는 풀스윙과 9시, 7시30분 스윙이 그것이다.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관성을 버리지 못했다. 특히 롱아이언을 빼는 것에 대해 선수들은 거부감이 심했다.

한 사람이 그의 추천대로 클럽 구성을 다시 했다. 톰 카이트(62)다. 그는 2번 아이언을 버리고 로프트웨지를 추가했다. 2번 아이언의 역할을 하도록 3번 아이언의 샤프트 길이를 늘리고 로프트를 낮췄다. 카이트는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 로프트 웨지로 훌륭한 성적을 냈다.

카이트는 웨지 게임의 귀재가 되어 PGA 투어에서 19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에서 펠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펠즈가 아니라 자신이 잘 해서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 비밀을 알려주면 자신의 상대적인 장점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현재 펠즈의 이론은 일반화됐다. 쇼트게임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필 미켈슨이 펠즈의 열렬한 추총자다. 웨지를 4개 가지고 다닌다. 피칭웨지와 53도, 60도, 62도 웨지다. 브랜드는 캘러웨이 조스(JAWS)다. 그러나 일반적인 프로들은 웨지가 3개다. 60도 이상의 웨지는 다루기가 너무 힘들고 실수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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