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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용 골프장 회원권 매입 의혹…검찰, 윤여성 ‘골프 리스트’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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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광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의 최대 특수목적법인(SPC) 사업인 캄보디아 신공항·도시 개발사업의 실체 확인에 나섰다.

 검찰은 3일 캄보디아 신공항·도시 사업권자인 캄코에어포트의 사장 성모씨를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대출금 사용 내역 자료를 제출받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과 로비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캄보디아 신공항·도시 개발사업은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과 함께 부산저축은행의 최대 SPC사업으로 4962억원이 불법 대출됐다. 검찰은 캄보디아 사업의 실체 파악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은닉 재산 환수는 물론, 이번 비리 사건의 실체와 규모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검사들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을 현지에 보내 사업의 실체와 현황,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신도시 개발 사업인 ‘캄코시티 개발사업’과 앙코르와트 인근 시엠리아프 국제공항 사업 과정에서 SPC를 통해 브리지론(PF사업 초기자금) 조달에 참여했다. 검찰은 대출금 가운데 일부가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5~6곳에 컨설팅비 명목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세무조사 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박형선(59·구속) 해동건설 회장이 박연호(61·구속 기소) 회장과 함께 캄보디아를 방문한 사실도 확인하고 박형선 회장이 이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캄코에어포트 관계사인 NSRIA 이태환 대표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산저축은행은 PF과정에서 자금 조달 파트너 역할만 했을 뿐 우리의 본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의혹은 신문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한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체적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했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파이낸싱 단계로 접어들어 큰 문제는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와 별도로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담당했던 윤여성(56·구속)씨와 골프를 친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로비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부산2·중앙부산저축은행 등은 2008년 1~2월 26억원을 들여 경기도 골프클럽Q안성, 안산제일CC, 양평TPC, 안산제일CC 등의 회원권을 매입했다. 회원권 소유자는 박연호 회장, 김양(59·구속 기소) 부회장, 오지열(59·구속 기소) 중앙부산저축은행장 등 경영진이다. 이 중 골프클럽Q안성은 부산저축은행 관계사인 태양시티건설이 2005년 짓기 시작한 골프장이다.

검찰은 골프클럽Q안성 등 전국 20여 개 골프장으로부터 2008년부터 최근까지 윤씨와 함께 골프장을 찾은 사람들의 명단을 제출받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되지 않도록 금융위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있으면서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동현·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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