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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BMW가 할인 판매하는 유일한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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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올해 수입차 판매에서 BMW·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 등 독일 업체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는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의 80%를 독점한 가운데 소비자 선택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올해 1∼4월 수입차 판매는 3만3923대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이 중 독일 4개사가 1∼4위를 차지하며 비중은 63%에 달했다. 증가율(44%)도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문제는 선두업체들이 할인경쟁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4850만원 하는 BMW 320을 장만했던 장모(40)씨는 최근 이 차를 처분하려다 깜짝 놀랐다. 중고차 가격이 1년 새 1200만원이나 떨어진 것. 이유는 신차를 700만원 이상 할인해서다. 지난달부터 BMW 320은 400만∼500만원 기본 할인에 자체 할부금융을 일부 이용하면 200만원 더 깎아준다. 여기에 색상·재고 상태에 따라 200만원까지 추가할인이 가능하다. 이런 큰 폭의 할인은 내년 초 신차 출시에 따른 재고 소진 측면이 있지만 업계에선 “수입차 1위가 가격할인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한국은 BMW가 브랜드가 아닌 가격할인으로 파는 유일한 나라”라며 “벤츠·아우디 등 대형업체도 10% 이상 할인에 나서면서 중저가 수입차 영역까지 싹쓸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델 다양화도 실종됐다. 또 다른 독일 브랜드로 스포츠카 전문인 포르셰의 1∼4월 판매(412대)를 보자. 정작 스포츠카는 14%인 59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형 SUV 카이엔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수입차 판매가 가열되면서 신규 딜러 모집에 대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지난달 BMW코리아의 서울·수도권 딜러 모집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100여사가 신청했다. 경쟁률이 25대 1이나 된다. 현재 전국 35개(미니 포함)의 판매망을 보유한 BMW코리아는 2, 3년 내 중소도시로 거점을 확대해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2% 판매가 증가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2만 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3만 대 이상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자 독일 본사에서는 일본을 능가하는 한국 시장을 경이롭게 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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