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직후 우주상태 재현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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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원자핵공동연구소(CERN) 과학자들은 최근 우주 탄생의 기원인 빅뱅 직후의 시점과 똑같은 환경을 재현해 현존하는 물질 상태와는 다른 물질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스위스 제네바 교외의 CERN 본부에서 열린 특별세미나에서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쿼크(quark)가 응집 과정을 통해 양자나 중성자 같은 복잡한 분자로 변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물질의 상태가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쿼크는 모든 물질의 기초가 되는 소립자이며 빅뱅은 우주 탄생의 기원으로 알려진 대폭발이다.

루치아노 마이아니 CERN 사무총장은 " ''중이온 프로그램''에 따라 실시된 일곱 차례의 실험 데이터를 종합해 빅뱅 직후의 물질 상태를 파악했다"면서 "쿼크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기존의 물리이론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은 우주의 초기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에서 납이온을 서로 충돌시켜 쿼크를 응집시키는 힘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고에너지 빔을 만든 뒤 이를 CERN의 총대형 양자가속기(SPS)로 가속시켜 검파기 내부의 목표물과 충돌시켰다.

충돌로 태양의 중심보다 10만배나 높은 고온과 핵물질보다 20배나 높은 밀도의 에너지가 생성됐으며 이것이 바로 기존 물리이론이 설명하고 있는 빅뱅 직후 존재했던 우주의 상태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기존 물리이론은 빅뱅직후 지금과 같은 물질의 상태가 형성되기 전에 불과 10만분의 1초 동안 쿼크가 응집하기 전 상태인 초고온, 초고밀도의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존재했다고 설명해 왔으나 지금까지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 ''쿼크-글루온 플라스마''의 모습은 마치 조각그림 맞추기 퍼즐과 유사하다"면서 "하나의 실험 데이터만으로는 완전한 모습을 알 수 없고 모든 실험 데이터를 종합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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