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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 ‘뒷북 수습’ 불만 … 일 국민 70% “간 총리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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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일본 총리의 사임을 원하는 일본 국민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0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513명 중 “최대한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21%, “대지진 및 원전사고 수습이 일단락되면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49%였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수습을 위한 간 내각의 대처에 대해선 74%가 불만을 표시했다. 내각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신문은 “간 총리의 교체를 바라는 목소리가 큰 것은 맞지만 대지진 및 원전 사고 수습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총리를 바꾸는 시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뜻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일 언론들은 조만간 야당이 중의원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내각 불신임안의 통과 여부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를 지지하는 그룹 50여 명의 향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정국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여당 내부에서 81명의 항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간 총리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 그룹에서 50명 내외만이 불신임안에 동조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원래 간 총리에 비판적이다. 따라서 오자와 전 대표 그룹과 보조를 맞춰 불신임안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는 25일 오자와 그룹 모임에 참석했을 때도 “간 총리가 계속 뒷북을 치고 있는 데 공포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6일 간 총리를 지지하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을 만나선 “내가 뭐라고 말만 하면 간 총리 하야를 주장하는 것처럼 신문들이 쓴다. 하지만 당을 깨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현 정국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을 창당한 하토야마가 당을 깨고 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간 총리 측은 불신임안에 찬성하는 오자와 그룹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공작에 착수했다. “오자와 전 대표를 존경하는 마음은 안다. 하지만 불신임안에 찬성하는 선택 하나로 당신의 정치적 생명은 끝날 수 있다”는 ‘반(半)협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각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총리는 헌법 69조에 따라 내각총사퇴 혹은 총선거 실시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불신임안이 가결됐던 네 차례 모두 총선거가 선택됐다는 점이다. 지역 기반이나 자금 동원력이 약한 초선의원들은 불신임안에 찬성할 경우 당에서 쫓겨나 무소속으로 험난한 싸움을 하거나, 설령 야당인 자민당과 연립한다 해도 후보 공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2000년 11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 당시 가토 고이치 전 간사장 파벌이 반란을 일으키려다 결국 주저앉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만큼 ‘반란’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고 시간을 끌수록 힘들어진다는 점을 간 총리가 파고든 것이다.

 정치평론가 이토 아쓰오(伊藤惇夫)는 “야당은 불신임이 통과돼 내각이 총사퇴하건 총선거를 실시하건 어느 쪽도 좋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간 총리가 어느 시점에서 물러나길 원하지만 불신임안에 찬성하면서까지 그걸 관철하려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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