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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가정서 받아준다는데…한국 쿼터제가 발목

미주중앙

입력

25일 고한호 고숙영 부부가 한국의 입양쿼터제로 아들 승준이를 미국으로 못 데려오는 사정을 말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한 라구나 니구엘 리저널 공원. 이날 한국입양홍보회(MPAK) 주최로 100여명의 한인 입양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모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파란 잔디 위에서 뛰어노는 자녀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가슴으로 낳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자식이다.
하지만 참석자중에는 아이의 사진만을 들고 온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정부의 ‘해외입양쿼터제’로 인해 아직 아이를 입양하지 못한 부부들이다.

수속을 다 끝내고도 아이를 가슴에 안으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한다. MPAK측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100여 한인 가정들이 이런 식으로 대기중에 있다.
반년 가까이 한국에 있는 아들 승준이를 기다리고 있는 고한호·고숙영씨 부부를 만나 심정을 들어봤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인데 아직 가슴으로 안을 수가 없다.

25일 고한호(45).고숙영(41)씨 부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곧 입양하게 될 승준이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씨 부부가 승준이를 기다린지는 벌써 6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적어도 6개월은 더 기다려야 승준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입양 관계자들의 말이다.

고씨 부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승준이에 대한 입양비용(약 2만5000달러)을 비롯한 모든 수속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실시중인 해외입양쿼터제 때문에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고숙영 씨는 "이미 아이가 입양될 가정이 결정됐고 입양기관과 정부로부터 모든 수속이 끝난 상황인데 단지 쿼터에 걸려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기가 태어나서 6개월이 되기 전에 입양결정이 났는데 가정으로 오는 시점이 2살이 다 돼간다면 아이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고씨 부부를 위로하는 것은 승준이가 위탁모 무릎에 앉아서 웃고 있는 한 장의 사진 뿐이다. 고씨 부부는 매일 승준이의 사진을 보면서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씨 부부가 입양서류를 처음 제출한 것은 지난 2009년 12월이다. 입양 수속을 위한 기본 심사를 통과하는데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각종 신체검사와 재산현황 범죄기록 검사는 물론 부모로서 문제가 없는지 정신과 전문의와 수차례 상담도 필요했다. 입양 교육 수업에 등록하고 필독도서들을 읽은 뒤 리포트를 쓰는가 하면 심폐소생술(CPR) 자격증도 따야 했다.

미국 정부와 입양기관에 살아온 배경과 아이를 입양하려는 이유 다른 가정으로부터 받은 추천서 등도 제출했고 아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를 검사받기 위해 가족들과 집안 사진까지 다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

고한호 씨는 "입양할 때 부모로서 자격을 검증받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들을 통과해야 하는데 입양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계속 소셜워커가 와서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검사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런 절차들을 거쳐 검증을 마쳤다면 이미 입양이 결정된 아이가 단지 쿼터제 때문에 위탁시설에서 기다리느니 빨리 양부모의 품에 안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고씨 부부는 이미 승준이를 위해 영어이름(알렉스)과 아이가 지낼 방까지 준비해 놨다. 승준이의 방은 벌써 주변 지인들과 친척들이 선물해준 장난감과 옷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 승준이는 아직 없다.

◆입양 하려면

미국에 있는 가정이 한국으로부터 아동을 입양하는 조건은 한국 내 입양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입양기관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으로 신청시에 ▶부부의 나이가 45세 미만 ▶이성 간 결혼한 커플(독신은 안됨) ▶결혼생활 3년 이상 ▶타인과의 이혼경력이 1번 이상이면 불가 ▶정신과 전문의와 3차례 상담 후 소견서 및 건강진단서 관련 증빙서류 제출 ▶FBI로부터 범죄기록 조회 및 지문채취 통과 ▶주 정부가 정한 극빈층 이상의 소득자 ▶대기자 명단에 등록하기 위해 입양관련 홈스터디 수료 ▶입양기관이 키에 따라 정한 몸무게 기준에 맞아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입양수속에 드는 비용은 약 2만5000달러 선이다.

반면 한국 내 입양은 나이기준이 60세 미만에다 독신 가정도 입양이 가능하다.

또 입양 수수료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기도 한다.

한편 해외입양에 대한 정보는 MPAK(www.mpak.org)을 비롯한 홀트아동복지회(www.holt.or.kr) 동방사회복지회(www.eastern.or.kr)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의: MPAK 1-562-505-0695

장열 기자

[한국 '해외입양 쿼터제' 논란] "1년마다 10%씩 줄여…국내서 상당수 고아로"

한국 정부가 실시중인 '해외입양 쿼터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07년 한국 정부가 도입한 이 제도는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실시된 것으로 해외에 입양되는 아동의 수를 제한하고 전년대비 10%씩 축소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쿼터제 도입 후 해외에 입양되는 한국 아동의 숫자는 2008년(1250명) 2009년(1125명)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또 지난해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1013명으로 이 중 775명(약 77%)이 미주지역으로 입양됐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김진숙 사무관은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의 기본 방침은 더는 해외로 아동을 내보내지 않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해외입양을 점차 줄여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아무리 미국의 한인 가정이라 해도 결국 환경은 다른 나라고 해외에서 아이가 자라면 적응문제나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입양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입양홍보회(MPAK)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기관들은 기존에는 해외 입양 확정 후 실제 입양까지 2~3개월이 소요됐지만 쿼터제 이후 적어도 1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의 진로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쿼터제에 묶여 수백 명의 아이들이 위탁가정 등에서 1년 이상 머물러야 하는 셈이다.

MPAK 스티브 모리슨 대표는 "해외입양 신청은 상반기만 지나도 꽉 찰 정도로 미주 지역에서는 입양을 원하는 가정들이 너무나 많다"며 "입양수속을 다 마치고도 쿼터제로 인해 기다리는 한인 가정이 100여 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모리슨 대표는 또 "해외에 입양되는 아이는 정체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인 가정이라면 어느 정도 쿼터에 예외는 둘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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