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가 재산" 인터넷 도메인 전쟁 - 1

중앙일보

입력

AOL-타임워너의 첫 작품은 인터넷 주소(도메인) 등록-. 지난 1월10일 아메리카온라인(AOL)은 타임워너와 ''하나''가 된다고 발표,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후발 가상(假想)회사가 기존 대선배격 회사를 먹어치운 두 회사 합병효과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새 천년을 활짝 연 빅 뉴스였다.

그런데 AOL은 합병발표 하루 전 엉뚱한(?) 일을 했다. 일단 합병작업을 마무리 지은 AOL은 ''아메리카온라인타임워너.net''에서 ''타임AOL.com''에 이르기까지 두 회사의 이름으로 만들 수 있는 21개가 넘는 인터넷 주소를 등록했다. 두 회사의 합병을 예상하지 못했던 도메인 투기꾼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도메인 전쟁이 치열하다. 인터넷이 생활의 도구로 자리잡고 전자상거래가 크게 늘면서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 네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이버 땅에 ''말뚝을 박고 줄을 치는'' 서부시대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 게다가 등록만 먼저 해두면 소유권을 인정받고 이를 거액에 팔아넘길 수도 있다.

더군다나 모래알처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여겼던 도메인이 고갈될 위기에 놓였다. 인터넷 주소 체계는 32비트. 42억9천4백여만개의 인터넷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이 가운데 75%가 이미 소진됐다. 전문가들은 2002년이면 더 이상 나눠줄 주소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주소 체계를 1백28비트로 바꿔 40억의 4제곱개의 인터넷 주소를 만드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다. 특히 숫자로 표시된 인터넷 주소를 문자로 나타낸 도메인 네임은 웹스터 사전에 나온 단어 가운데 97%를 이미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국제 인터넷 주소 등록을 관할하는 인터넷 주소할당협력단(ICANN)은 대표적 도메인 확장자인 ''.com''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도메인 확장자를 대폭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ICANN은 오는 3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새로운 도메인 확장자 허용 여부를 논의, 결정할 예정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특성을 알려주는 도메인 확장자 이름은 지금까지 ''.com'' ''.net'' ''.org'' 세 가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됐지만 앞으로는 신청자의 특성이나 업종에 따라 ''.shop'' ''.info'' ''.sports'' ''.film'' 등으로 세분화될 전망이다. ICANN측은 도메인 확장자를 늘리면 기억하기 쉬운 인터넷 주소를 미리 등록해 폭리를 취하는 ''도메인 사냥꾼'' 또는 ''스쿼터''(불법 점거자)들의 농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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