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성장·저물가 비결은 시장개방→경쟁→벤처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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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과 저물가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기호황이 2월로 전후(戰後)최장기 호황기록인 1백6개월(61년 2월~69년 12월)을 돌파하게 된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잘 설명이 안되는 미국의 놀랄만한 경제상황에는 '신경제' 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외국에서도 이에 대해 경탄하며 미국 신경제의 비결을 자국 경제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신경제' 와 관련한 특집을 싣고 신경제의 성공 배경 및 국제적인 확산 움직임 등에 대해 분석했다.

◇ 신경제 성공 요인〓비즈니스 위크는 신경제를 "혁신적인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기능을 재정비한 금융시장과 정부, 비용절감 및 유연성.효율성 제고에 힘써온 기업들이 함께 빚어낸 열매" 라고 풀이했다.

세부적으로는 ▶정보통신 산업에의 투자 확대▶기업의 구조조정▶개방된 금융시장▶벤처 캐피틀의 활성화▶기업가 정신 고양▶규제완화 ▶자본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통화정책 등을 성공요인으로 들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술력이 빠르게 생산성 증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국내 시장이 충분히 개방돼야 외국자본을 받아들일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해져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이 증대된다.

금융자본이 기업에 잘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리가 20%만 떨어져도 기업은 생산성을 6% 더 높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벤처자본은 전년의 2배가 넘는 4백억달러를 벤처 기업에 투자했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의 코르툼과 조셉 레너 교수에 따르면 벤처자본 투자는 통상적인 연구비 투자보다 3~5배 많은 특허를 만들어내게 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기업은 경비를 줄일 수 있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

◇ 유럽.아시아 국가의 움직임〓올해 유로 11개국 기업들은 정보통신 사업 투자규모를 지난해(2천억달러)보다 30% 늘리기로 하는등 미국을 쫓아 신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들 유로 국가들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95년(2%)보다 낮은 1.9%에 그쳤고 일본도 장기 경기침체에 시달리는등 부진한 상태다. 이는 신경제가 제 힘을 발휘할 여건이 미국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럽.아시아의 벤처자본은 정부의 간섭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자율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위험이 따르는 과감한 투자를 회피하는 문화도 벤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사업을 원하는 유능한 인재들을 미국으로 뺏기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신경제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가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있지만 영국과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미미한데도 금리를 올려 기업의 자본조달을 어렵게 하고 금융비용 부담을 늘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신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전망〓비즈니스 위크는 신경제가 널리 정착될수록 세계 경제는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투자회사인 메릴린치는 "올해 세계 경제는 3.3% 성장하지만 물가 상승률은 3% 이하로 낮아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각국의 기술자.과학자들이 다른 국가의 기술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을 1%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 함께 성장하는 시대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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