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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없다고 … 정족수 못 채워 국무회의 못 열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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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관들이 ‘대리출석’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있다. 이날 회의엔 7명의 장관이 안 오고 차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왼쪽부터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박석환 외교통상부 1차관, 이귀남 법무부 장관, 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 김교식 여성부 차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김형수 기자]


11일 오전 8시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19층 국무회의장. 개회 시간인 오전 8시가 지나가도 국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유럽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해야 할 김황식 국무총리는 회의장 옆 대기실에 있었다. 국무회의장에 국무위원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의가 열려야 할 8시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은 김 총리를 포함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9명뿐이었다. 국무회의를 열 수 있는 정족수(10명 이상)를 못 채운 것이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총리, 각 부처 장관 16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다. 국무회의는 헌법이 정한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그런 국무회의가 자칫하면 무산될 뻔한 것이었다.

 총리실은 사전에 국무회의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재지를 파악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결국 오전 8시7분쯤 유 장관이 부랴부랴 입장하면서 가까스로 국무회의는 열릴 수 있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식 기록이 있는 건 아니지만 6·25전쟁 때 말곤 국무회의가 중단된 적이 없다”며 “장관 몇 명이 일정 때문에 빠진 적은 있어도 이렇게 국무위원들의 불참과 지각으로 정족수를 못 채울 뻔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법관·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를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공포돼야 할 법률안이 69건 올라와 있었고, 심의·의결 대상인 법률안·대통령령이 7건이었다. 불참 장관들은 부처의 차관들을 대신 보냈으나 차관들은 국무회의 의결권이 없어 법안의 공포나 의결을 하지 못한다. 하마터면 이들 안건이 처리되지 못할 뻔한 것이었다. 가까스로 회의를 연 김 총리는 마무리 발언 중에 ‘공직기강’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최근 현직 대사가 상아를 들여오다 적발되고, 공무원이 정부의 농민지원금을 부당하게 대출받는 등 공직자의 처신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더 이상 공직사회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한다”고 했다. 총리실 주변에선 “김 총리가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빗대어 이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일부 장관이 나사가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인 걸 보고 총리가 한마디 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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