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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허가권은 결국 법원 손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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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건축법상 연면적 10만㎡이하의 대형마트 건축 허가권은 지자체가 갖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지방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자체의 이런 권한이 사실상 법원으로 옮겨질 조짐이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울산시에 따르면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북구청은 진장유통단지사업조합(조합)이 제출한 건축허가 신청서의 반려를 취소하라”고 최근 결정했다. 상급 자치단체 행심위 결정이 내려지면 기초단체는 대개 이를 따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북구청의 장경석 건축과장은 “아직 구청장의 정책적 판단이 남아 있어 허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종오 북구청장도 지난달 14일 건축허가 신청서를 반려(건축불허 결정)하면서 “행정소송에서도 승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대해 진장유통단지사업조합의 전병쾌 상무는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기관이 아닌 법원을 찾아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축허가 지연으로 은행대출이자와 재산세 등 매월 2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내년 8월부터는 건물을 짓지 않을 경우 최하 3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울산시에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코스트코 건축허가 여부는 법정 소송에서 최종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코스트코를 입점시키려는 곳은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내 1만여㎡의 부지다. 울산시가 유통전문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대형 마트 용지로 지정한 뒤 조합에 분양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토지 용도변경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근에 주택이나 재래시장도 없어 유통산업발전법상 입점제한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행심위는 북구청이 건축허가의 사전단계인 건축심의 신청을 반려했을 때 이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했고, 건축허가 반려에 대해서도 취소하라는 결정을 했다.

 윤 구청장의 입장은 중소상인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는 “건축행위와 관련된 법적인 결격사유는 없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들어서면 소규모 점포와 재래시장 몰락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도 지난해 울산 북구와 흡사한 대형마트 건축 허가를 법원 판결을 받은 뒤 처리했다. 당시 “대형마트 건축 허가를 미룰 경우 하루 500만원씩 배상하라”는 간접강제 결정이 나자 광주 북구청은 “더 이상 건축허가를 미루면 매월 1억5000만원의 주민 혈세가 배상금으로 나가고 이는 전체 구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주민들을 설득했었다.

  북구청 내부에서도 “승소할 자신이 있어서 법정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패소판결이라도 받아야 코스트 입점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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