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에서 벤처기업 영업맨 변신 이용욱씨]

중앙일보

입력

"영업을 통해 국내 생명공학이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연초 청원에 있는 조그만 벤처기업에 입사, 영업맨으로 변신한 이용욱(李龍昱.39)씨의 다짐이다.

1993년 고려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李씨는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3년반 동안 연구 과정을 마친뒤 모교에서 교편을 잡아왔다.

대학 교수라는 보장된 삶을 떨치고 모험을 택한 것은 국내 생명공학분야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서 살았던 시애틀은 대표적 바이오텍 도시의 하나. '시가 앞장서 미래산업으로 생명공학분야를 꼽고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이곳에 근거를 둔 MS사의 빌 게이츠도 '하늘에는 정보통신산업, 땅에는 바이오산업' 이라며 바이오 분야에도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하지만 李박사가 본 한국의 현실은 참담할 정도라는 것. 지난해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 바이오텍 총회에 참가한 1천여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유전자 전쟁입니다. 미.일.유럽은 이미 선전포고를 했는데 우리만 개전(開戰)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21세기 한국의 장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李박사는 개인적으로나마 전쟁을 치룰 생각으로 새 천년에 바이오 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바이오니아' 사의 박한오(朴翰.38)사장을 만난뒤 마음을 바꿨다. 朴사장이 이미 지난 7년동안 바이오 전쟁을 치룰 수 있는 무기인 시약과 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것을 보고 이를 보급하는 것으로 방향전환을 한 것.

"바이오니아의 생명공학 관련 장비와 시약은 세계에서도 독보적 수준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개발에만 매달려 홍보와 보급이 미흡한 실정이죠. '먼저 국내에 보급하고 수출도 추진하겠습니다."

그의 직책은 바이오니아 영업본부장. 이번에 신규 채용된 석사출신 영업맨 3명과 함께 마케팅 전략을 짜고 직접 현장을 뛸 계획이다.

대우는 대학에서 받던 연봉수준과 업무성과에 따른 스톡옵션. "박사라고 대학에서만 활용가치가 있는게 아니라 영업 등 다른 여러 분야의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젊음을 보여주겠습니다. 만약 돈을 벌게 되면 능력은 있으나 연구비가 부족해 연구를 못하는 동료.후배들을 도울 계획입니다. "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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