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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제' 김연아, 안타까운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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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겨여왕 김연아가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깝게 2위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피겨 여제’ 김연아(21ㆍ고려대)가 생애 두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도 실패했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1.72점에 예술점수(PCS) 66.87점을 합쳐 128.59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의 65.91점을 합산, 총 194.50점을 얻은 김연아는 일본의 안도 미키(24ㆍ도요타)의 195.79점에 1.29점 뒤져 1위를 내주고 말았다. 그는 이번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 마오(21ㆍ추쿄대)는 172.79점을 받아 6위에 그쳤다.

◇첫 시작 상쾌했지만…=김연아는 이날 한국 전통 음악을 주조로 삼은 ‘오마주 투 코리아’를 선보였다. 첫 시작은 상쾌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점)는 완벽했다. 수행점수(GOE)를 1.6점이나 받았다. 그의 연기는 가늘고 구슬펐지만 우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어진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5.6점)에서 뒷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해 기본점이 4.6점으로 깎였고, 트리플 플립(기본점 5.3점)까지 1회전으로 처리해 기본점 0.5점밖에 얻지 못했다. 두 점프 모두 가산점은 전혀 얻지 못했다.

김연아는 당황하지 않고 선율을 따라 당당하고 아름다운 활주를 이어갔다. 레이백 스핀을 최고난도인 레벨 4로 연기해 GOE 0.93점을 챙기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연기 시간 2분이 지나 기본점에 가산점이 붙는 구간에서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러츠, 코레오 스파이럴 등의 연기에서도 큰 무리 없이 동작을 이어갔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예상했던 점수에는 근접하지 못했다.

◇눈물 보였지만…=김연아는 시상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연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처음에 더블 토루프에서 실수하면서 긴장했는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했다”며 “최선을 다한 만큼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또 대회를 마친 소감으로 “지금은 드디어 끝냈다는 느낌”이라며 “지금은 쉬고 싶다. 잠시 멈췄던 평창 (2018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의 연기 선보인 안도=이번 시즌 최고의 컨디션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안도 미키는 일본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두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선 것이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를 기록한 안도는 안정된 연기와 속도감 있는 동작으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그의 1위 소식은 큰 기쁨이었다. 이날 경기 전 일본 언론과 네티즌은 “안도가 일본의 시름을 잊게 해줄 것”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는 전날 쇼트에서 7위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프리 경기에선 그의 장점인 트리플 악셀을 한 번만 시도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뛰어오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선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한일 네티즌 희비 교차=경기가 끝나자 한국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댓글을 남겼다. “피겨 여제의 타이틀을 계속 이어가길 바랐는데 안타깝다” “다소 실수는 있었지만 프리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다” “역시 13개월의 공백은 어쩔 수 없나”등의 내용이었다. 물론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 김연아는 누가 뭐래도 피겨 여왕이다” “2% 부족했지만 연기와 곡 선정, 의상 등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주 잘했다”등의 격려 댓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일본 네티즌은 축제 분위기였다. ‘2ch’ 등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안도 미키, 피겨 여제로 등극” “김연아 물리쳤다, 잘했다 안도!” “김연아보다 한 수 위, 아사다보다 두 수 위” “이슈 메이커였던 안도가 드디어 노장의 힘을 보여줬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힘들어한 일본인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줬다”는 등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편 김연아를 비롯한 입상자들은 한국시간으로 5월 1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갈라쇼에서 각자의 자유로운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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