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상시험 강국 된 비법 세계에 알리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세계가 한국 제약산업의 급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불과 10년 만에 임상시험 강국으로 우뚝 선 노하우를 전해 그 위상을 높이겠다.”

 한국GSK 부사장인 이일섭(53·사진) 박사가 전 세계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제약의사’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다. 국제제약의사연맹(IFAPP)은 지난 1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회의를 열고 이 부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아시아인이 수장을 맡은 건 1970년 연맹이 설립되고 처음이다.

이 부사장은 2013년부터 2년간 28개국 6500여 명의 제약의사 모임을 이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소아과 전문의로 1990년 제약업계에 진출한 국내 제약의사 1세대다. 2005년부터 4년간 한국제약의학회장을 맡을 때는 세계제약의학회 학술대회를 서울에 처음 유치했다. 이 부사장을 20일 서울 용산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국제제약의사연맹 회장 의 역할 은.

 “제약 하면 약사와 영업직원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 세계에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의사가 1만 명 이상 있다. 일본엔 250여 명, 국내엔 140여 명이다. 나라마다 제약의사 모임이 활성화되도록 돕는 게 연맹의 역할이다. 단기간에 자리잡은 한국을 모델 삼아 세계 제약의학을 확립하겠다.”

 - 제약의사는 주로 무슨 일을 하는가.

 “최근 다국적제약사뿐 아니라, 국내제약사도 의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 환자의 약은 의사가 선택해 처방한다. 의사가 어떤 약을 원하는지 의사가 제일 잘 안다. 같은 고혈압 치료제도 성분에 따라 약효가 다 다르다. 제약의사는 임상시험을 진행해 그 차이를 의학적 근거로 만든다. 그 정보를 토대로 영업직원이 의사를 만나 판촉활동을 편다.”

 - 리베이트로 제약회사 이미지가 매우 나쁜데.

 “일부가 흙탕물을 만든 것이지 모든 관계가 다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환자를 보는 의사와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가 함께 논의해야 의학이 발전한다. 의사가 세계 학회에 가서 최신 의학을 배워오거나, 연구나 교육을 하려면 제약회사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무작정 막으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 의사와 제약회사의 관계가 건전해지려면.

 “의약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투명해야 한다. 임상시험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는지, 홍보자료에 과장이 없는지, 부작용을 숨기진 않았는지 등에 제약의사가 관여하고 있다.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데 제약의사가 늘고 제약의학이 발전할수록 깨끗해지리라 기대한다.”

이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